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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의 밀리터리S] 'K-9 자주포' 2452억 어치 수출계약…이유 있는 잭폿(jack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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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1 19:12:15 수정 : 2017-12-21 21: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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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지상방산 ‘쾌거’ /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 포함 / 올해 핀란드·인도에 148문 수출 / 현지서 유럽 업체와 치열한 수주전 / 동계시험·실사격 등서 최우수 평가
방사청·군 전폭적 지원 크게 도움 / 국내 화재사고 등 ‘아픔’ 딛고 위업
국산 K-9 자주포가 또 수출 잭폿(jackpot)을 터트렸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다.

한화그룹 방산계열사인 한화지상방산은 “20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국방부에서 K-9 자주포 24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를 2억3000만달러(한화 2452억원)에 2020년까지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핀란드 48문(3월), 인도 100문(4월)에 이어 노르웨이 24문까지 올해 K-9 자주포 수출 규모만 7억2000만달러에 이를 정도다. 한 군사 전문가는 “지난 8월 사격훈련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장병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악몽을 딛고 이뤄낸 쾌거라 더욱 값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계약에는 K-9 자주포와 패키지를 이루는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도 포함됐다. 해외에 K-10 탄약운반장갑차가 수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지난해 1월 노르웨이 자주포 획득사업에 도전한 K-9 자주포는 현지에서 유럽의 스위스, 독일, 프랑스 3개 자주포 생산업체와 치열한 수주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K-9 자주포는 동계시험, 제안서 평가, 실사격 등에서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겨울철 눈이 많이 내리는 노르웨이 특성을 고려해 설상(雪上) 지역 운행시험이 있었는데 다른 경쟁사 자주포들은 눈길에서 궤도가 끊어지거나 중도에 시동이 꺼지는 사고가 있었지만 K-9 자주포는 눈 덮인 산길과 경사면을 거침없이 운행해 노르웨이 군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전했다. K-9보다 독일산은 가격이 비싸고, 프랑스 제품은 방호력 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9 자주포는 사거리 40㎞ 내외 목표물을 향해 정상 사격인 경우 1분에 6∼8발, 급속 사격 때는 15초에 3발까지 쏠 수 있다. 포장도로에선 최고 시속 67㎞로 달릴 수 있고, 비포장 들판에서도 시속 40㎞ 이상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M109A6 팔라딘과 영국 AS90 자주포보다 우수하고 세계 최강 자주포인 독일 PZH2000 판저파우스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여기에 가격은 PZH2000 판저파우스트의 절반 이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갑(甲)인 자주포인 셈이다.

노르웨이 수출 성공에는 방위사업청과 군의 지원도 한몫했다.

방사청은 수출 전 과정에 걸쳐 정부지원 노력을 결집하는 역할을 했고, 군은 현지 시험에 실전 배치된 K-9 자주포를 대여하는 등 배려를 했다는 전언이다.

손재일 한화지상방산 대표이사(오른쪽)가 20일(현지 시간) 노르웨이 오슬로 국방부 청사에서 K-9 자주포 24대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의 노르웨이 수출 계약서에 서명한 뒤 메테 소르폰덴 노르웨이 방위사업청장과 악수하고 있다.
그동안 K-9 자주포는 해외의 긍정적인 평가와 달리 국내 여론은 좋지 못했다. 2015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일어난 K-9 자주포 화재 사고가 거론된다. 자주포 포신 끝에 달려 화염과 연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제퇴기(制退機) 한계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실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초강력 장약을 넣고 시험하다가 포의 폐쇄기가 파괴됐지만 결함투성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때는 K-9 자주포 6문 중 3문이나 작동하지 않은 것을 두고 흠집 내기가 이어졌다. 당시 1문은 훈련 때문에 포신이 포탄에 걸려 있었고, 나머지 2문은 북한 해안포 공격을 받아 불이 붙은 상태였지만 부실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8월 발생한 폭발사고도 명확한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방산비리 의혹까지 제기됐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의혹들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됐다”며 “이제 국산 무기가 방산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보다는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2015년 빅딜을 통해 삼성을 떠나 한화에 둥지를 튼 K-9 자주포는 한화 측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 덕에 활로를 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산에 무관심했던 삼성과 달리 한화는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손재일 한화지상방산 대표이사는 “K-9 자주포의 우수한 성능과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며 “수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 에스토니아 수주에도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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