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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수사가 ‘문건의 진위’, ‘문건 유출 경로’라는 두 갈래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 전 경위가 문건 유출 사실을 자백할 경우 문건 유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건유출 수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문건을 작성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및 소속 박관천 경정과 경찰 쪽의 출구로 추정됐던 고 최경락 경위 사이의 연결고리가 먼저 풀려야 했다. 즉 한 전 경위는 문건 작성과 유출처 사이의 연결고리로, 문건유출 수사의 출발점이자 청와대와 검찰로선 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한 반드시 공략해야 첫 관문이었던 셈이다.
실제 한 경위도 인터뷰에서 “조 전 비서관, 박 경정, 우리 넷(한, 최 경위)을 다 같은 세트로 봤는데 단절되는 상황으로, 이걸 다 맞추려면 내가 스타트가 돼야 하는 거였다”고 분석했다.
특히 당시 박 경정과 최 경위 측은 완강하게 유출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청와대와 검찰의 유일한 출구는 한 전 경위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주도하는 청와대와 검찰은 한 전 경위와 안면이 있는 민정비서관실 직속의 특별감찰반(특감반) 박모 행정관을 투입, 한 전 경위의 회유를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청와대는 한 전 경위 회유 시도에 실패했고, 이튿날 그를 긴급체포했다는 게 한 전 경위의 기억이자 분석이다.
한 전 경위와 함께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최 전 경위도 12월1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전 경위는 유서에서 한 전 경위에게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썼다.
결국 검찰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수사 끝에 2015년 1월5일 청와대 문건 관련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한 전 경위를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그러면서 ‘십상시 모임’ 등 문건의 진위와 관련해서는 “문건의 내용이 허위임이 밝혀졌다”고 결론내리게 됐다.
특별취재팀=김용출·이천종·조병욱·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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