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비밀 금고에 보관돼 있던 현금 30억원과 서류뭉치를 찾아냈다. 일본 전국시대의 성주(쇼군)가 가신들과 함께 거주하던 성채 맨꼭대기(천수각)의 방어 진지가 ‘무장해제’를 당한 꼴이다. 수천억원대로 추정되는 신 총괄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방식과 구체적 규모를 규명하는 데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가 신 총괄회장의 비밀금고 내용물을 찾아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검찰은 앞서 지난 10일 롯데그룹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서 비밀금고를 발견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금고는 텅 비어 있었다. 서울 가회동의 롯데그룹 영빈관에서 찾아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개인금고도 마찬가지였다.
신동빈 개인금고 장소인 롯데그룹 영빈관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개인금고를 압수한 장소로 전해진 서울 종로구 가회동 롯데그룹 영빈관 전경. 이재문 기자 |
검찰은 같은 건물 33층 비서실 안에 별도로 존재하는 비밀공간에서 통장과 금전출납 자료 등도 확보했다. 검찰은 자금관리인 등 관련자 조사와 압수물 분석을 통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각각 매년 100억원과 200억원가량의 수상한 자금을 계열사에서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롯데그룹 측은 “배당금과 급여”라고 밝히고 있지만 검찰은 “금액이 너무 크다”며 자금의 성격과 사용처를 분석 중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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