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비서관의 진술에 따르면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설이 시중에 나돌자 김 실장이 이를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 첩보가 입수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을 작성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렇게 만든 정윤회 문건을 지난해 1월 김 실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청와대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조 전 비서관과 박관천 전 행정관을 차례로 청와대에서 쫓아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4월 10∼11일 이틀에 걸쳐 정윤회(60)씨가 청와대 공용 휴대전화로 조 전 비서관에게 전화와 문자를 했으나, 조 전 비서관이 전화를 받지 않자 이재만(49) 총무비서관이 “(정윤회씨) 전화를 좀 받으라”고 전화를 걸어왔다. 조 전 비서관은 이후에도 정씨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에도 의아스러운 일은 계속됐다. 청와대 문건이 세계일보에 흘러들어간 사실을 지난해 5월쯤 알게 된 조 전 비서관이 “빨리 문건을 회수하라”고 청와대에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 전 비서관이 “나중에 나한테 덮어씌우지 말라. 너희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나중에 나한테 뭐라 그러면 너희를 고발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청와대는 요지부동이었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의 직속 상관인 홍경식 민정수석 역시 나중에 조 전 비서관이 기소되자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고 한다. 조 전 비서관에 따르면 박지만 회장 부부를 나쁘게 이용하려는 인물 3∼4명이 박 회장 측에 접근하자 조 전 비서관이 이를 구두로 경고하고, 그래도 소용이 없자 박 회장에게 ‘이들과 만나지 말라’는 취지의 쪽지를 건넸다. 이런 사실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홍 수석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조 전 비서관은 회식자리에서 몇몇 상관들에게 얘기를 해 “잘 처리했다”는 칭찬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어느 날 갑자기 ‘박 회장 비선론’을 내세우면서 그간의 업무 처리를 ‘공무상 비밀누설’로 몰아붙였다는 것이 조 전 비서관의 증언이다. 홍 수석도 “그런 내용은 박 회장에게 쪽지가 아닌 구두로 전달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서를 검찰에 제출하며 거들었다. 조 전 비서관은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면서 “우린 열심히 일만 했는데 우리가 한 일을 왜곡해서 힘들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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