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靑서 두 차례 거르고 두 단계 보고… "일상적 감찰 문건"

관련이슈 [특종!] 정윤회 국정 농단 의혹

입력 : 2014-12-08 06:00:00 수정 : 2014-12-08 06:0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정윤회 문건' 어떻게 만들어졌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은 ‘비선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59)씨와 ‘십상시’ 멤버들 간의 정기 모임에서 공직자 신분으론 상상하기 힘든 말들이 오간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공식 생산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은 이런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배제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작성·보고된 점도 확인됐다. 청와대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 등과 관련한 감찰에 착수한 건 지난해 말부터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청와대 개편설, 김 실장 사퇴설 등이 흘러나오면서다. 청와대는 “터무니없다”며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 한편으로는 소문의 진앙을 역추적했다. 

◆충격 발언들 두 번 ‘여과’ 거쳐 보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임무를 맡자 직원들을 동원해 관련 첩보를 수집했다.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엔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사정기관 출신 직원 20여명이 근무했다.

첩보는 ‘시중여론’(추정)이라는 제목의 문서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정씨와 그를 따르는 청와대 안팎 인사들이 서울 강남권에서 정기적 모임을 하고 정부 고위 공직자 인사 문제 등을 논의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한 수위의 발언 내용도 포함됐다는 전언이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력 서열을 언급하고 박 대통령 혈육과 관련한 발언도 적잖았다는 것이다. 십상시 멤버 중 일부 인사의 구체적 비위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향후 감찰을 위한 내부 자료로만 쓰였을 뿐 ‘공식문건화’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문건은 이후 ‘여과’와 ‘검증’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문서로 1차 재가공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엔 ‘청 비서실장 교체설 언론보도 관련 특이동향’(추정)이라는 제목이 달렸다고 한다. 문서 생성일과 문서 생성자가 명시되지 않은 비공식 문건이다. 이 과정 역시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맡았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서는 정씨를 따르는 청와대 안팎 인사들을 ‘십상시’로 규정했고, 이들의 실명도 적시했다. 이 문건 작성 당시 십상시 멤버 중 청와대 인사는 6명이었고, 외부 인사는 4명이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이 문서를 토대로 최종본을 만들었다. 본지가 단독입수해 지난달 28일 특종보도한 올 1월6일 생성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이 그것이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과 관련한 수사를 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검찰 깃발이 7일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문건 성격은 일상적 감찰 보고서”


완성된 문건은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보고됐다. 문서 작성자인 박 경정이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비서관은 문건의 내용이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했고, 홍 수석은 “김기춘 실장에게 문건을 보고해도 좋다”는 메시지를 줬다. 통상적 감찰 문건 보고 절차에 따라 김 실장에게 보고하라는 취지였다.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 보고체계는 각 비서관이 수석의 재가를 얻은 후 김 실장에게 대면 보고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후 조 전 비서관은 해당 문건을 통상적 절차에 따라 김 실장에게 보고했다. 김 실장이 정씨 관련 문건을 보고받은 뒤 이를 박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은 해당 문서가 보고되기를 바랐겠지만 김 실장 입장에선 문건이 보고될 경우 미칠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어쨌건 이 문서가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정황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문건이 공식라인에서 작성·보고된 공공기록물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건 제목에 ‘동향’이라는 표현이 있는 만큼 ‘감찰 보고서’가 아니라 첩보에 근거한 ‘동향 보고서’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내부 관계자들은 다르게 이야기한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생성한 문건 중 상당수가 제목에 동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건 역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일상적 감찰 활동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준모·조현일·박현준 기자 jmk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