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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괴롭혔던 ‘유리’에 美를 선물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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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작가 유리 작품 개인전 유리 때문에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어렸을 때 놀다가 실수로 깨진 유리창 때문에 왼쪽 시력이 크게 떨어졌다. 왼쪽 안구에는 그때의 흉터가 아직도 선명하다. 사고 이후 초점이 맞지 않아 친구들은 다하는 구기 종목 운동은 시도도 못해봤다. 어찌 보면 유리라는 존재가 원수 같을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그는 유리를 증오하는 대신, 유리를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직업을 선택한다. 자신을 평생 괴롭혔던 유리에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이상민(47) 작가의 유리 작업 가운데 2006년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전시가 열린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물의 파장을 형상화한 연작 ‘애프터이미지(Afterimage)’와 ‘미러 드롭(Mirror Drop)’, 2010년부터 선보인 ‘그릇’ 연작도 볼 수 있다.

이상민 작가의 ‘싱크러니(SYNCHRONY) II’.
오랜 시간이 드는 유리 세공의 작업 과정은 이렇다. 작가는 6㎝ 두께 유리의 한 면을 그라인더로 미세하게 연마해 오목한 공간을 만든다. 그라인더로 파낸 깊이에 따라 앞에서 보는 상의 입체감이 달라진다. 이렇게 완성된 면을 뒤집으면, 오목한 공간이 볼록한 입체감을 지닌 형상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입체감을 만들 때 그라인더 소리로 깊이를 가늠한다. 한쪽 시력이 좋지 않아 초점이 잘 맞지 않는 작가가 미세한 유리 세공을 하기 위해 고안한 구제책이다. 작가는 “그라인더로 연마할 때 유리의 두께가 두꺼울수록 둔탁한 소리가 나고 얇아질수록 점점 투박한 소리가 줄어든다”며 “미묘한 소리의 변화를 들으면서 형태를 예측해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25일까지. (02)738-7570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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