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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 자극하는 영상, 대중가수 콘서트 대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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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규어로스·조용필·빅뱅 혁신적 공연
음악과 잘 어우러진 영상으로 황홀경
가수의 정체성과 상통하는 이미지는
관객들을 특정세계로 안내하는 엔진
어둠이 낮게 깔린 무대에 회색빛 깃털이 둥둥 떠오른다. 객석은 깊은 바다처럼 고요하다. 야광봉을 흔드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무대를 사각형으로 둘러싼 스크린에는 무의식을 자극하는 원시적인 빛과 도형이 부유한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형체는 관객을 깊은 바닷속으로 안내한다. 이내 심연으로 빨려들어가는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 고래 배 속에서 열리는 향연. 지난 19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시규어로스의 공연은 이러한 말과 잘 어울렸다. 이질적인 노래와 영상이 결합한 무대는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을 자극했다.
시규어로스, 크라프트베르크, 조용필, 빅뱅, 이승열 등 최근 호평받은 대중가수의 콘서트에는 음악과 조화를 이룬 영상이 있었다. 영상은 혁신·실험적인 공연을 이끄는 주요한 요소가 됐다.
고래 배 속에 안착하고 싶은 ‘요나 콤플렉스’도 떠올랐다. 인과 관계를 파괴하고 나열된 깃털, 파도, 들판 위의 갈대, 아기 얼굴, 별무리, 불꽃 등은 ‘사랑·우정·기쁨·슬픔·미움’ 등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마음의 덩어리를 자극했다. 시규어로스의 공연에서 영상은 노래만큼이나 큰 비중을 차지했다. 보컬 욘 소르 비르기손은 내한 전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연을 관객이 ‘경험’할 수 있도록 시각적인 효과에도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대중가수의 공연에서 이제 영상은 빠질 수 없는 콘텐츠가 됐다. 최근 호평받은 콘서트의 공통점은 영상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가수의 정체성과 통하는 이미지를 이용해 오감을 이끌어냈다. 음악에 접목된 영상은 관객을 특정 세계로 안내하는 엔진 역할을 한다.

시규어로스 내한공연의 한 장면.
4월 내한공연을 펼친 독일 그룹 크라프트베르크는 1970년대 신시사이저를 보편화시킨 데 이어 이제는 실험적인 영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크라프트베르크는 3D 전용 안경을 쓰고 보는 콘서트를 기획해 세계인의 갈채를 받았다. 1971년 데뷔한 노익장들은 지난해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영국 ‘테이트 모던’ 공연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스파이더맨’처럼 가로·세로 선이 교차하는 우주복을 입은 이들은 한국 공연에서 거의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무대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3D영상이 화려함을 선사했다.

4월 19집 ‘헬로’를 발표한 가왕 조용필도 이러한 추세를 놓치지 않았다. 조용필은 19집 쇼케이스에서 무대를 다양하게 분할하는 ‘미디어월(Media Wall)’을 선보였다. 노래 부르는 동안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무대 교체 시기에는 기존 영상과 인터뷰가 나오는 거대한 스크린이었다. 4월23일 쇼케이스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용필은 “음악에 대한 마음을 그림이나 텍스트로 보여줄 수 있는 소통의 도구를 준비했다”며 “‘미디어월’은 관객의 반응과 음악 분위기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하는 양방향 미디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중에서.
콘서트를 하나의 ‘영상 쇼’로 만든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공연에서도 영상은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지난해 전 세계 12개국 24개 도시에서 80만 관객을 모은 ‘2012 빅뱅 얼라이브 갤럭시 투어’는 최첨단 영상 기술이 접목됐다. YG공연팀은 2D(평면) 영상을 최적의 입체 영상으로 구현하는 ‘C4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사용했고, 해외 유명 뮤지컬팀이 사용하는 ‘타임 코드 시스템’도 활용했다. 타임 코드 시스템이란 0.1초 단위로 시간을 설정하면 그 단위대로 음악·영상·조명이 자동으로 따라가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러한 차세대 기술에 YG에서 투입한 예산만 30억원, 월드투어 전체에 쏟아부은 금액은 230억원에 달했다.

규모는 작지만 가수 이승열도 영상을 활용한 실험적인 공연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승열은 지난해 12월 CGV 청담씨네시티 엠큐브에서 진행한 콘서트에서 가수를 비추는 조명 대신 객석을 둘러싼 3개 면을 영상으로 채웠다. 300여명의 관객은 그들을 휘감은 영상에 둘러싸여 노래를 느끼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이승열은 “영상을 통해 공간감을 비틀고 공간을 비현실화하기 위한 시도”라며 “시각·청각을 최대한 활용해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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