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졸업할 때 장래의 꿈을 써내는데
열 명 중 일곱 명은 선생님이라고 써냈다.
시골에서 높은 사람은 면장 지서장 교장이지만
그래도 가장 가깝고 존경스러운 분은 담임선생님이다.
꽁보리밥에 열무를 넣고 비벼먹으면 성찬이 되고
개울 건너고 산 넘고 또 개울을 건너 학교에 가면 배가 꺼진다.
수업시간에도 수없이 물배 채우려 들락거리다 보면 하교시간이 된다
고개 마루 넘어갈 때 나무껍질 벗겨 먹고
남의 밭에 들어가 무도 뽑아 먹고
개구리를 잡아 호박잎에 싸서 구워 먹는 그맛
지금 생각해도 침이 꿀떡 넘어간다.
지금도 초등학교 친구들을 매달 만나는데
편하고 즐거운 것이 초등학교 불알친구다.
만나면 말씨도 행동도 그 시절로 돌아가는데
모이는 숫자가 차츰 줄어든다.
다음 세상으로 먼저 간 것이다.
오면 가는 것이 세상 원리다.
이별은 아쉽지만 세상 일이란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가서 자리를 잡아 놓게.”
자리가 준비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동창 모임에는 불평하는 친구가 꼭 있다.
“6학년 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담임한테 무지하게 얻어맞았지. 이럴 수 있어?”
입만 벌리면 그 얘기다.
60년 넘게 얻어맞고 있는 이 친구 곁엔 아무도 가지 않는다.
이 친구는 말버릇이 나빠 어릴 적 야단맞은 원한을 평생 품고 산다.
불행하여 불평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 때문에 불행이 달라붙는다.

65억 인구 품고 외롭게 사신 담임선생님
세속의 눈으로 보면 바보가 틀림없지만
천상에서 보면 위대한 영웅이다.
이 세상에서 완성하고 하늘 세상으로 초청받아 떠나셨다.
이런 분이 대한민국에 태어나셨다니
대한민국 만만세다.
반만년 역사를 새로 쓰자꾸나.
▲이상헌
-시인, 방송작가, 칼럼니스트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 저자
-2011년 ‘제1회 대한민국 기록문화 대상’ 수상
-시인, 방송작가, 칼럼니스트
-‘흥하는 말씨, 망하는 말투’ 저자
-2011년 ‘제1회 대한민국 기록문화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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