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여년 전 고등학생 때 조국통일의 큰 비전을 가진 스승이 서울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그분을 뵙기 위한 정성으로 전남 함평에서 지금 누워 계시는 경기도 가평 청평성지까지 1000리 길을 걸어 찾아뵈었다. 당시 만 50세의 연세로 반소매만 입고 평상에 앉아 계시던 기골이 장대한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보고를 듣고 우리를 호쾌하게 맞아주시며 “젊어서 고생해야 한다. 인생과 우주를 공부해야 한다”고 격려하셨다.
이후 “나는 이제 세계를 찾기 위해 미국으로 떠날 테니 이 조국은 너희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나는 주저없이 이 길을 출발했다. 한국에서 20여년 일하고 도미해 미국과 세계를 주도하는 섭리 현장에서 지난 20년 동안 그분을 돕는 한 사람으로 살아왔다. 문 총재가 중환자실로 떠나시던 8월13일 아침에도 청평에서 뵙고 몇 가지 사안을 보고드린 뒤 미국으로 떠났다. 다소 힘든 모습이었지만 조용히 좌정하신 채 “미국이 세계를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다. 병원에 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나중에 듣고 ‘2∼3일이면 회복하시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이 마지막 뵌 날이 되고 말았다.
문 총재는 하루를 1000년처럼, 1000년을 하루처럼 사시는 분이었다. 일과는 새벽 5시 시작하지만 끝나는 시간은 없다. 정해진 식사 시간도, 취침 시간도 없이 생애를 살아오셨다. 문 총재가 가장 즐기신 음식은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와 햄버거다. 오니기리 두어 개를 5분도 안 돼 다 드시고 아침을 때우신다. 급하면 찾으시는 것이 맥도널드 햄버거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 회장에게서 매년 감사 편지가 왔을 정도다.
아무리 피곤하셔도 자정 이전에 잠자리에 드신 적이 없었다. 전 세계에서 오는 보고를 받으시고 때로는 결재하시면서 이미 자정을 넘기신다. 다음날인데도 당일 날짜로 사인하시면서 “오늘 하루 벌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최근에는 “내가 누우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고 하시면서 의자에 앉아 밤을 새우신 적이 많았다.
그러니 모시는 주변 제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수면부족과 때때로 배고픔을 참아야 하는 것이었다. 졸다 못해 옆으로 쓰러져 버린 적도 많았다. 그래도 꾸짖기보다는 갑자기 책상을 치며 큰 소리로 말씀을 하시면서 잠을 쫓아주시곤 했다. 그렇게도 자상한 어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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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 총재가 최근 5년간 가장 정성을 들인 섭리의 현장인 미국 서부 후버댐에서 지난 7월 초 대형 잉어를 낚자 양창식 회장이 이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모습이다. |
새벽 5시 훈독회는 문 총재께서 가장 기다리시는 시간이다. 말씀을 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 3시간에서 10시간은 다반사다. 가장 길게는 23시간35분을 쉬지 않고 말씀하신 적도 있다. 예전에 어느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병상에서도 훈독회를 계속하시자 의사가 “선생님은 지금 환자이고, 여기는 교회가 아니라 병원”이라며 걱정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문 총재는 중동평화를 위한 결단력과 추진력이 남달랐다. 2003년 미국·이라크 간에 전쟁이 일어나자 “기독교문화와 이슬람문화의 근본인 예루살렘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하시면서 주요 중동국가에서 이슬람 지도자를, 미국에서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각 종단 지도자를 각각 예루살렘으로 부르셨다. 자칫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전쟁, 나아가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상황을 예견하시고 ‘소방수’를 자처하신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2003년 12월22일 예루살렘 독립공원에서 전 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된 평화행사였다. 전·현직 국가수반 60여명을 포함해 2만여명이 참석했다. 당시 문 총재는 미국 뉴욕에 계시면서 프로그램 진행을 일일이 전화로 주관하셨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분쟁 중심지로 언제, 어디서 총알이 날아올지 모르는 곳이다. 우리가 그런 가자에 갈 때마다 문 총재는 뉴욕 앞바다에 나가서 험한 파도와 싸우시며 우리의 안전을 위해 기도해주셨다. 뉴욕항에서 대서양 더 깊은 곳으로 배를 몰아 파도와 싸우시며 우리가 무사히 귀환할 때까지 기도해주셨던 위대한 스승이요, 만인의 아버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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