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주사파에서 북한인권운동가로 변신한 김영환(50·사진)씨의 중국 구금 사태가 남·북한과 중국 간 외교문제로 비화할 조짐이다. 김씨 구금에 북한 정보기관의 개입 의혹이 일고, 중국의 과도한 대응을 둘러싼 의심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한국 정부가 요구한 김씨와의 변호사 면담까지 거부하며 사법처리를 강행할 태세다.◆강경한 중국… 커지는 북한 연루 의혹김씨 일행의 처리를 놓고 이해하기 힘든 중국의 강경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 당국은 김씨에 대한 변호사 면담신청까지 공식 거부, 기소와 재판 등 법적 절차를 밟아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강경한 대응은 대북 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이번 사태가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 대북소식통은 16일 “중국 당국이 김씨와 동료 한국인 3명에 대해 유례없이 국가안전위해 혐의까지 적용한 점에 비춰 볼 때 북한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중국 당국이 북한 정보기관과 공모해 김씨 일행을 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김씨는 2010년 사망한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와 함께 북한 공작조직의 보복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2000년 김씨가 북한 인권신장과 민주화를 위해 주도적으로 결성한 시민단체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 ‘북한 민주화운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테러를 가하겠다’는 협박편지가 날아들기도 했다.중국의 강경기류는 한국 정부가 올 들어 중국의 탈북자 정책을 비판해 온 점과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탈북자 문제 제기에 불쾌감을 표시해 왔고 북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국의 ‘조용한 외교’ 급선회하나정부는 애초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외교문제로 번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고 영사 문제로 해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상황은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문제는 외교갈등으로 대두될 수 있고 이미 양국은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와 중국의 국내법 집행이 불가피하게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다.북한인권운동가인 김영환씨 등 한국인 4명이 중국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 산하 국가안전청에 체포·구금돼 외교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길 건너에 북한인권단체의 ‘북송중단’ 피켓이 세워져 있다.남제현 기자당국자는 “당분간 중국의 법 테두리 내에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우리 뜻대로 안 되고 있다”고 중국 측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이 국제법을 위반했거나 인권침해를 했다고 정색을 하고 지적할 수는 없지만, 한국 측 요구에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영사면담이 이뤄지는 데 한 달 가까이 걸리고, 김씨 등의 체포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는 점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한국의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중국의 처사를 비판하는 국내 여론이 거세질수록 정부의 대응 수위도 높아지고, 이에 비례해 한·중 간 외교 갈등도 본격화될 공산이 커 보인다. 박창억 기자,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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