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타러 왔다가 카지노 노숙인으로 전락한 20대
1일 오후 강원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카지노. 새해 첫날이지만 일확천금을 노리고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카지노 내부 여기저기서 돈을 따거나 잃은 사람들의 환호와 탄식이 터져 나왔다. 블랙잭과 바카라 게임을 하는 테이블은 자리가 부족해 좌석 뒤쪽에서 서서하는 사이드베팅까지 벌어질 정도로 호황이다. 2010년 강원랜드는 1조313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도박중독자가 급증하고, 이로 인한 자살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카지노 안에는 강원랜드가 운영하는 스키장을 찾았다가 호기심에 들렀다는 스키복 차림의 20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도박 중독자 사이에서도 20대의 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비록 도박중독자로 낙인찍혔지만 도박에 한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올가미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 노숙인(속칭 카지노 앵벌이)은 돈을 잃고도 카지노를 떠나지 못한 채 주변 찜질방과 여인숙 등에 머무르면서 돈만 생기면 카지노를 찾는 사람을 말한다.
도박중독센터 ‘희망을 찾는 사람들’이 펴낸 ‘카지노 도박중독 피해자 사례조사’에서 A씨는 “스키철이 끝나면 대학생 정도 되는 젊은이들이 카지노 노숙인이 돼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라며 “대부분 스키 타러 왔다가 호기심으로 게임에 빠져 집에도 못 가고 카지노 노숙인이 된 것이다”라고 증언했다. B씨는 “스키장 때문에 한창 공부하고 돈 벌어야 할 나이의 젊은이들이 많이 이곳으로 몰려와 게임을 하다 다 망가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임인자 ‘희망을 찾는 사람들’ 사무국장은 “스키 시즌만 되면 카지노 고객의 30% 정도를 20대가 차지한다”며 “지난해 4월에는 스키 타러 온 대학원생이 도박에 빠진 나머지 빚을 내 카지노를 들락거리다가 자살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스키복 차림의 김모(22·서울시노원구)씨는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스키를 타러 왔다가 카지노에 들렀다”며 “1시간도 안돼 30만원을 잃어 돈이 생기면 다시 찾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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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정선군 사북읍 상가 밀집지역에 전당포와 PC방 등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돈을 잃은 강원랜드 카지노 출입자들이 이곳에서 자동차와 귀금속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린 뒤 카지노로 직행하고 있다. |
사례조사에서 도박중독자가 전하는 카지노는 요지경 세상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8명은 1∼8년씩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고 장기체류하고 있다.
이들은 최고 7억원을 허공에 날리거나 1억7000만원이 넘는 회사 명퇴금을 고스란히 카지노에 쏟아넣고도 본전 생각에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C 씨는 이혼으로 가정은 파탄 났고, 처자식과 형제들로부터 버림받았으며, 돌아가신 부모의 제사도 참석하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카지노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성매매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각 게임장에서 만나 같이 산다고 해서 ‘블랙잭 부부’, ‘바카라 부부’ 등으로 불리는 커플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돈이 떨어지면 서로 남남이 된다.
지난해 11월 29일 오후 1시쯤 정선군 고한의 한 여관 앞에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전직 교사 출신으로 도박에 빠져 살던 40대 여성이 목을 매 숨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고한·사북 지역에서만 5명이 도박중독으로 숨졌다. 호기심에 카지노를 찾았다가 돈 잃고 목숨마저 버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카지노에 인생을 건 노숙인이 많아 자살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주민들과 카지노 중독자들 사이에서는 “자살자가 많아 출동하는 구급차마저 사이렌을 울리지 않고 조용히 온다”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자살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감 때 강원경찰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30명이 강원랜드 주변에서 도박중독을 비관하거나 빚을 갚지 못해 유서를 써놓고 목숨을 끊은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5명꼴로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에는 11월 말 현재 14명이 카지노 도박중독으로 자살했다. 2010년 카지노 중독 자살자가 6명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숫자다. 특히 지난해 정선군에서 발견된 변사자 수가 78명에 이르고 실질적인 도박 자살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주민들의 도박중독도 늘어나고 있다. 지역주민은 출입일수가 15일로 정해졌지만 위조된 주민등록증을 구입해 한 달 내내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사람도 생겨났다.
도박자살자가 증가하자 지난해 12월29일 시민단체 ‘도박문제해결범국민운동’은 규탄 성명서를 내고 문화체육관광부에 도박자살자를 줄이기 위한 행정적 조치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강원랜드 카지노에 시민단체의 도박중독 예방 활동을 허용하고 상습 출입자와 고액을 잃은 고객의 출입을 금지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정선=박연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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