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다큐멘터리 '하얀 정글'(배급 ㈜영화사진진)을 연출한 송윤희 감독의 독특한 이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하얀 정글'은 내부자의 시선으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진단한 작품으로, 송 감독은 실제 현직 의사(산업의학과)다. 2008년 마이클 무어 감독이 미국 의료보험체제의 부조리를 신랄하게 꼬집어 화제가 된 '식코'의 한국판으로도 불린다.
단돈 몇 만 원이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접한 그는 의료계의 불합리한 모순과 심각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큐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내부자 입장에서 의료를 상품화해 환자들에게 과잉 검사를 권하고 환자를 실적으로 여겨 의사간의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일부 대형병원들의 사업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병원들은 의사들에게 '30초 진료 규칙'을 강요, 보다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도록 하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환자들을 진료한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경쟁을 부추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수익성 위주로 경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된다. 때문에 돈이 없는 극빈자 층은 더욱 병원 문턱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갈수록 기업화, 대형화돼가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송 감독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현재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병원과 의료 민영화 정책이 정당한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던진다. 그는 "질병은 우리 모두에게 내일 당장이라도 닥칠 수 있는 재앙"이라며 "의료만큼은 돈, 경제의 논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공 의료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최초 의료다큐멘터리 영화 '하얀 정글'은 오는 12월1일 개봉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영화 '하얀정글' 제작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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