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재계는 3세 경영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를 두고 흔히 ‘재계 3.0’ 시대라고 한다.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 SK 최태원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 모두 3세들이 경영 전면에서 2세를 보좌하거나 독자경영을 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의 경우 얼마 전 애플의 팀 쿡 CEO와 만나 부품 공급 협력을 논의 하고 돌아오자 올 연말 부회장 승진 하마평이 재계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그동안 이건희 회장 그늘에 가려 같은 3세 경영인인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등에 비해 경영 역량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애플 CEO와의 회동으로 입지를 넓히면서 단박에 부회장 승진 물망에 오른 것이다.
이에 앞서 이건희 회장은 지난 8월 여성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 인력도 사장까지 돼야한다"며 연말 삼성그룹 정기 인사에서 여성 인력 대대적인 승진을 예고한 바 있는데 재계는 이를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염두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는 또 하나의 움직임은 올 여름 이재용 사장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 책임자들을 차례로 접촉한 일이다. 일종의 경영 스펙 쌓기로 해석되는 데 이재용 사장은 지난 7월 말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시스템스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8월 말에는 짐 굿나잇 SAS 회장을 만났다. 당시 짐 굿나잇 SAS 회장은 전세기를 이용해 한국을 급히 다녀갔다.
이재용 사장은 9월에는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를 만났다. 그는 당시 독일 베를린 가전전시회 IFA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인근 레드우드 오라클 본사에서 엘리슨 회장을 만은 최근 안드로이드 특허소송 등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사장의 부회장 승진 하마평은 정의선 부회장, 정용진 부회장 등 타 그룹 3세들과 ‘급’을 맞추는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란 점에서도 설득력을 가진다.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총괄부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3세들의 입지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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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양홍석 대신증권 부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 |
경제매거진 에콘브레인은 11월호 커버스토리로 대림그룹, 대한전선그룹, 대신그룹 등 큰대(大)자를 기업명에 담은 중견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현황을 짚었다. 대림그룹의 경우 창업주 수암(修巖) 이재준에서 2세 이준용 명예회장, 3세 이해욱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거의 이뤄졌다.
대한전선그룹은 창업주 인송(仁松) 설경동에서 고 설원량 회장을 거쳐 3세 설윤석 부회장까지 이어졌으나 완전한 승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뚜렷한 경영성과를 낼 때까지 모친인 양귀애 고문이 후견인 역할을 하면서 경영수업을 시키고 있다.
대신그룹은 고인이 된 창업주 송촌(松村) 양재봉에서 2세인 고 양회문 회장에 이어 3세인 양홍석 부사장이 경영에 뛰어들었다. 모친인 이어룡 여사가 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양 부사장의 경영수업을 돕고 있다. 현재의 성과와 속도라면 이들 두 개 회사의 3세 경영권 승계는 오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재계는 2세에서 3세로의 경영승계가 완전히 이뤄졌거나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천명을 맞은 산업사회가 창업주의 손자들을 경영 일선에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각으로 무장한 신세대 경영인들이 경영 일선에서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을 어떻게 찾아갈지가 '재계 3.0 시대' 최대관전 포인트다.
유성호(경제문화평론가·경제매거진 에콘브레인 편집장 / shy19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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