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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수'비' 맞은 육군, '현빈 특수' 누린 해병대 배 아팠나

입력 : 2011-10-14 20:53:18 수정 : 2011-10-14 20: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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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가 누린 '현빈 특수'가 부러웠던 탓일까? 육군은 그를 평범한 군인 정지훈이 아닌 여전히 월드스타 비로 착각한 듯 하다.

가수 비가 지난 11일 팬들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스물아홉 늦은 나이에 군에 입대했다. 지난 10년 가까이 최고의 자리를 지키며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1년10개월이란 군 복무기간은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의 바람은 입대 나흘 만에 깨졌다. 육군이 그를 다시금 카메라 앞에 세웠기 때문이다. 육군은 14일 의정부 306보충대대에서 비가 복무하게 될 부대 배치 과정을 언론에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수 많은 취재진들로부터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는 비를 보고 있자니 지난 3월 해병대에 입대한 배우 현빈의 모습이 '오버랩(overlap)' 됐다.

당시 매스컴은 현빈의 입대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고, 해병대는 해병 김태평이 아닌 스타 현빈을 이용해 해병대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런 탓에 해병대는 이른바 '현빈 특수'를 누렸고, 이제는 그에게 홍보병 임무를 맡겼다. 평범한 군생활을 하겠다던 '인간' 김태평의 꿈은 백령도에 남게 됐다.

이런 해병대가 배 아팠는지 육군도 월드스타의 입대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이번 부대 배치 공개행사 역시 비의 인기를 등에 업고 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했다. 만약 그렇다면 오늘의 취재열기로 보아 소기 성과는 달성한 셈이지만 곱게 보일리 없다.

육군은 이번 행사가 스타 출신 장병도 일반인 장병과 똑같이 공정한 분류 절차를 거쳐 부대 배치를 받는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라고 에둘러 포장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들이 크게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이날 모두가 비를 주목하고 있는 동안 그와 한 날 한 시에 입대한 1900명의 훈련병들은 군에 발을 들여놓은 시작부터 괜한 박탈감에 빠져야 했다.

연예인 출신 병사들이 군 복무 중에도 꾸준히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영역을 다져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모든 걸 뒤로하고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다하고 있는 60만 장병들은 어떤 감정일까.

연예인 출신 병사들은 군 생활 동안 특혜 아닌 특혜를 누리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이 몇몇 연예인 출신 병사들은 동료 전우들보다 3배 가까이 많은 휴가를 받았다.

비가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된 뒤 일반병으로 군 복무를 하게될지 연예병사가 될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날 훈련병 정지훈을 바라보는 동료 훈련병들의 머릿 속에는 이미 외부 행사에 불려다니고, 자신보다 곱절 이상 많은 포상 휴가를 받고, 제대 무렵에는 머리를 기르고 연예계 컴백 준비를 서두르는 가수 비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숨을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군 당국이 연예인 병사를 군 홍보에 이용하려거든 '장병과 국민의 안보의식 제고 및 국방관련 정보제공'이라는 그 취지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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