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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권은 괜찮나? '탐욕 씨앗' 곳곳서 발육

입력 : 2011-10-06 14:27:46 수정 : 2011-10-06 14: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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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거액 비리사건 속출해도 처벌은 솜방망이
방만 경영 기업엔 국민 혈세 투입…모럴헤저드 심화
"미국인들은 서민의 돈으로 제 욕심을 채우다 경제를 파탄 낸 월가 금융인들에게 화가 나 있다"

월가에 대한 비난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월가 금융회사들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7천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여전히 거액의 봉급을 받아가며 정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탐욕스러운 영업행태도 월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민의 분노를 촉발시킨 탐욕의 씨앗이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빠르게 커가고 있다.

◇공적자금으로 금융회사 배불려

금융기관들이 무책임한 경영으로 부실을 키우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받아 급한 불을 끄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은 결국 미래 온국민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공적자금을 `눈먼 돈'으로 간주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정부가 금융기관에 투입한 자금은 168조6천억원에 이른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 중 102조2천억원을 되돌려받아 8월 말 현재 회수율은 60.6%이다.

정부는 리먼 사태 당시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2009년 5월에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 5조9천805억원을 지원했다. 현재까지 회수금액은 19.8%인 1조 1천832억 원에 그쳤다.

저축은행들도 공적자금을 받아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작년까지 저축은행에 쏟아부은 자금은 17조원을 넘는다.

올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갈 예정이다. 상반기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을 매각하는데 6조3천억원이 투입됐고 하반기에 추가로 수조원이 필요하다.

당국도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불법행위와 방만한 경영으로 저축은행 부실을 키운 대주주에 대해 단호한 조처를 하는 대신, 공적자금으로 위기를 모면해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드러난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과 대주주의 영업정지 전 사전인출 등은 당국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실태를 보여줬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6일 "공적자금 투입 자체가 모럴해저드를 일으킨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정책 당국자, 대주주에 대한 책임을 명백히 가리고 투입된 자금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신 못 차린 금융회사들 

공적자금으로 배를 불린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7월 한 시중은행의 직원이 고객의 돈을 멋대로 빼내 손실을 낸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직원은 고객의 동의 없이 계좌에서 5억원을 찾아 사금융에 투자했다가 4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은행측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검찰에 고발했지만, 고객이 피해 금액 전부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은행 직원들의 횡령 액수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회사 전체 금융사고 건수와 금액은 179건, 2천736억원이었다. 이 중에서 은행권의 사고 건수와 금액은 각각 57건, 1천692억원으로 1건당 사고금액이 30억원에 달했다.

금융회사 경영진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7조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와 임원 등 10명을 구속했다.

제일저축은행 행장도 유흥주점 등에 1천억원대 불법 대출을 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최근 토마토저축은행의 한 임원은 수백억원대의 불법대출 혐의로 체포됐다.

◇기관 접대하면서 개인고객 우롱 

증권사 직원들의 횡령과 투자사기 등 금융사고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한 증권사의 여직원이 160억원을 횡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3월 초에는 다른 증권사 강남지점의 한 과장이 투자자 42명으로부터 482억원을 받아 이중 상당액을 가로채 구속됐다.

증권사 영업 현장에서 돈 없는 개미는 찬밥 신세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분석 보고서를 공표하기 전에 기관 펀드매니저나 기금운용 담당자에게 먼저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매니저들이 애널리스트를 평가하고 이 평가 결과가 연봉이나 재계약 협상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법인 브로커는 더 많은 주문을 받고자 매니저나 기금운용 담당자들에게 `성접대'를 하는 것은 물론, 거액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거액 자산가나 거래 회전이 많은 `큰손'들은 `개미'와 달리, 특별 대우를 받는다. 증권사들은 VIP 고객을 위해 지점 안에 전용공간이나 사무실을 따로 준비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억원씩 거래를 하는 스캘퍼에는 전용선을 깔아주기도 한다.

검찰은 최근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를 수사하면서 12개 증권사 대표를 기소했다. 전용선 제공 등 ELW 스캘퍼에게 과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돈 버는 일에 최우선 목표를 두기 때문에 거액자산가 이외의 개인 고객은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영업 현장에서 터지는 불법 임의매매와 횡령 등의 피해자도 대부분 개인이다"라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에 사고 되풀이 

각종 금융사고의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많다. 금융계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는 상대적으로 처벌 강도가 약하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상훈 변호사는 "횡령과 배임을 비롯한 금융기관 관련 범죄는 화이트칼라 범죄로 포장돼 국민 정서에 비해 낮은 형량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도덕한 경영 행태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거나 비리에 결탁하는 감독기관도 문제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은 한층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저축은행사태는 금융기관과 감독기관의 구조적인 부도덕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별 금융회사보다 관료들의 도덕적 해이는 더 큰 문제가 된다. 감독기관이 본분을 다하지 않아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한국 금융산업의 부실을 키우고 있다. 감독기관의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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