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년전에도 화장품에 나노기술 많은 과학자들은 21세기의 최첨단 기술로 나노기술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나노기술이야말로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상식을 뒤집는 새로운 응용분야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나노 결정체 물질을 의미하는 나노 소재는 나노미터의 크기로 이루어진 분말, 복합체, 소결체를 통칭하는 말로 이들은 물리·화학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나타낸다. 나노 물질이 갖고 있는 높은 강도, 뛰어난 연성, 낮은 마모성, 낮은 부식성, 침식성 등을 각 분야에 적절하게 활용하면 우리의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다.
![]() |
이종호 과학저술가 |
일반적으로 화장은 기원전 5500년경 이집트에서 시작됐고, 기원전 1500년경 제18왕조의 네페르티티 여왕이 그동안 전해 내려온 이집트의 화장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네페르티티 여왕은 청색 아이라인, 빨간색 매니큐어를 하고 있었음이 그녀의 묘지 발굴을 복원하면서 발견됐다.
그리스의 갈레누스는 인체 구조에 관한 연구 등 의학의 과학적 기초를 닦아 히포크라테스와 함께 의학계에 커다란 공헌을 했는데, 화장품을 의학의 일종으로 생각하면서 그동안 축적된 이집트의 화장품을 체계화해 인간의 필수요소로 인식시켰다. 한마디로 화장품이 인간의 의식주 중 하나로 자리매김된 것으로, 그가 사용하던 화장품 원료 중 많은 성분이 현재도 무독성분과 무공해 요소로 화장품 제조업체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알려진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필립 월터 박사는 4000년 전부터 이집트에서 사용된 머리 염색약을 분석한 결과 나노테크놀로지가 이용됐다고 발표했다. 고대인들은 물, 크림, 오일로 된 천연재료를 혼합해 화장품을 만들었고 그리스 로마시대에 사용된 머리염색약에는 헤나라는 풀에서 얻은 액을 추출해서 사용했다고 알려졌는데, 이집트의 화장품은 이보다 뛰어난 기술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화장품 제조기술자, 소위 화학자들은 눈썹 화장과 검은 머리 염색에 방연광, 그리고 파운데이션으로는 탄산연과 같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화장품을 만들었다. 월터 박사가 분석한 이집트의 화장품은 흰머리와 갈색머리를 검은 머리로 염색하는 용도로 쓰였으며, 방연광을 주재료로 했는데 이 화장품들이 놀랍게도 나노의 크기를 갖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각종 화장품 회사에서 나노과학을 이용한 최첨단기술로 기능성 화장품을 만들었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하고 있지만 이집트에서 4000년 전부터 이미 나노기술을 사용했던 것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사용했다고 알려진 화장품 자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클레오파트라 시대의 화장품 유물을 측정했더니 이 역시 나노화장품이었다. 클레오파트라도 이들 나노화장품을 사용했을 것임은 물론이다. 이와 관련, 학자들이 클레오파트라가 사용했을 화장품에 주목하는 것은 이집트인들의 나노화장품을 만든 방법만 알 수 있다면 저렴하고 효율이 좋은 나노화장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기의 미녀라 알려진 클레오파트라가 사용하던 화장품을 값싸게 현대인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이종호 과학저술가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