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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계속했으면 아내도 살았을 텐데…

입력 : 2011-07-27 00:09:15 수정 : 2011-07-27 0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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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속열차 추락 ‘안타까운 사연’ 갓 결혼한 그에게 고속열차 추돌사고는 충격이었다. 그는 23일 밤 10시쯤 원저우(溫州) 고속열차 추돌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잠옷바람으로 차를 몰았다. 4시간을 달려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객차의 철판을 들치며 임신 7개월인 아내의 이름을 밤새 외쳤다. 사고열차에는 아내뿐 아니라 장모, 장인, 처형, 조카 등 친·인척 5명이 탑승했다. 장인만 겨우 화를 면했다.

중국 저장(浙江)성 사오싱(紹興)현에 살고 있는 양펑(楊峰·32·사진)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아내를 찾다 지친 그는 200명의 친척을 원저우로 불러들였다. 이들은 온힘을 다해서 가족찾기에 나섰다. 사고가 난 지 이틀이 지난 25일 낮 12시가 돼서야 그는 얼굴이 심하게 훼손된 아내의 시신을 발견했다. 아내는 정차 중인 D3115호의 16호 객차에 탑승하는 바람에 극심한 충격을 받은 듯했다.

양펑은 “사고가 발생한 지 30시간이 지나서야 아내의 사망소식을 알게 됐다”면서 열차운행 재개에만 관심을 쏟은 철도당국의 ‘졸속’ 구조작업에 격분했다. 그는 “(구조대가) 24일 오후 장모 등의 시신을 찾았는데 그 아래에 있던 아내를 끌어내지 않았다”면서 “아내의 얼굴이 구조발굴 과정에서 훼손된 게 아니냐”고 따졌다. 양펑은 구조작업 종료선언 이후 2세 여자아이 샹웨이이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점을 지적하면서 “구조작업이 계속됐다면 아내도 살아날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신경보(新京報) 등 중국언론들은 양펑의 사연을 전하면서 철도당국의 허술한 구조작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진다고 전했다. 포털 시나닷컴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조사한 결과 철도당국이 서둘러 구조작업을 종료한 데 대해 93%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철도 당국이 인명에도 관심이 없고, 사고 원인 조사도 필요없고, 오로지 열차 운행 재개에만 관심을 갖는다’, ‘사람 목숨을 들풀같이 여긴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 발생 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샹웨이이는 25일 새벽 원저우 의학원 부속 제2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의식을 회복했으며 생명에는 위험이 없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샹웨이이는 간호사를 엄마로 착각한 듯 “엄마, 엄마 안아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병원의 담당의사는 “수술이 순조롭게 진행돼 신장 등이 정상화됐으며 생명에는 위험이 없다”면서 “또한 왼쪽 발가락 5개 중 2개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나머지 3개는 향후 상황을 봐야겠지만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행히도 샹웨이이의 부모는 이번 사고로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주춘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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