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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1/2①] "일반인 방송 출연, 100번 더 고민해야"…루저녀에서 명품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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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마녀사냥’식 사이버 재판이 여전하다. 지난해부터 ‘루저녀’, ‘개똥녀’, ‘패륜녀’, ‘배신남’ 등 사회적 파장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일반인만 해도 그 수가 상당하다. 실명과 직장, 가족 사항 등 개인정보는 여과 없이 노출되고 당사자들은 마치 커다란 스캔들을 일으킨 연예인처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일명 ‘명품녀’가 화두다. 논란은 지난 7일 케이블채널 엠넷의 ‘텐트인더시티’에서는 '한국의 패리스힐튼'을 연상케 하는 출연자 김경아의 호화로운 생활을 공개했다. 20대인 김씨는 "촬영 날 몸에 걸친 의상 및 액세서리 가격만 4억이 넘는다"며 "현재 무직이며 부모님이 주신 용돈만으로 명품생활을 한다"는 내용이 전파를 타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경아는 방송에서 고가의 명품 가방과 의상으로 채워진 드레스룸을 공개하며 방송에 입고 나온 의상과 액세서리만 4억원, 선물 받은 자동차가 3억원이라는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방송 이후 '명품녀' 김경아에 대한 국세청 조사 요구가 빗발쳤다.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과 함께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명품녀에 대한 세무조사가 거론됐고 국세청은 불법 증여 등의 사실이 확인되면 조사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확인에 나선 관계기관은 "직·간접적으로 확인한 결과, 김 씨의 친부모는 재산이 좀 있긴 하지만 수십억 원의 '용돈'을 줄 정도로 잘사는 재력가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혀 방송에서 조작한 '가짜 명품녀'라는 의구심이 증폭했다. 

사회적 논란이 정치권까지 번지자 방송사나 당사자나 억울하다는 입장은 마찬가지다. 김씨는 “방송은 대본에 의한 것”이라며 “방송이 내 현실을 10배쯤 과장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씨는 "논란이 불거지자 제작진에 항의를 했고 '지금 신정환 사건 때문에 곧 잠잠해질 것 같다. 우리가 계속 살펴보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답하더라"며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했다. 문자 메시지에서는 제작진이 '대본은 없다'고 주장했던 것과 달리 주고받은 대본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엠넷 측은 김씨의 태도에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제작진은 "애시당초 대본은 없었으며 프로그램 방향 조작은 전혀 없었다"며 "김경아가 직접 촬영해 온 집 내부의 영상 및 촬영 직전 인터뷰, 원본 테이프 등을 통해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입증 자료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에 제출했다.

또다시 방송가에서 불거진 출연진과 제작진의 의견이 대립되는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에 출연한 일반인이 방송사와 설전을 벌이게 된 상황은 비단 이번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을 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한 여대생 있었다. 그녀는 정말로 '루저'가 될 뻔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의 위력을 실감했다. 개인의 정보 누출은 물론 학교도 휴학할 만큼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난의 화살이 당사자 뿐 아니라 제작진에게도 쏠리자 제작진은 “대본은 출연진에게 사전 인터뷰를 받고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모 케이블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유 모씨는 “방송사의 악의적인 편집과 악플로 인해 죽고 싶을 정도로 마음 고생”을 했다. 유 씨는 방송에서 와인을 사주는 '와인오빠', 시험 공부를 도와주는 '시험오빠' 등 400여명의 오빠를 알고 있는 현실 속의 '공대 아름이'로 출연했다. ‘어장 관리녀’로 떠오르며 비난의 여론이 일어나자 유 씨는 “작가가 대본을 주며 그대로 하라고 했다. '와인오빠도'도 없고, 어장관리라는 것도 모른다”며 "계속해서 재방송 되고 그때마다 친구들에게 문자가 오고 미니홈피에 악플이 달린다. 죽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일부 전달이 잘못되었을지 몰라도 전체적인 내용은 이미 출연자와 미팅을 통해 정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어장 관리녀' 등의 발언은 전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것이고, 400명의 오빠기 있다는 것과 '와인 오빠' 등의 말은 유 씨와 3번의 미팅을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그동안 논란이 돼 온 프로그램은 대부분 ‘솔직함’의 수위가 관건인 일반인들의 모습이다. 방송은 통상적으로 어느 정도 포장하고 과장한다. 방송 제작진들이 논란이 될 만한 요소를 미리 간파하여 편집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조금 더 자극적이고 시선을 끌 만한 아이템을 버릴 수는 없는 딜레마다. 

최근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 김모 씨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경험을 했다. 그는 “한 사안에 대해 간단히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는 내용이었는데, 출연 후 인터넷에 내 이름을 검색해보니 난리가 났더라”라며 “다행히 이틀 만에 논란이 수그러들었지만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김모 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신상을 공개하자’, ‘생긴 것도 못생겼는데 말도 논리적이게 못한다’는 등의 악플을 접하고 방송에 출연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며 “방송 후 연락을 주고 받던 제작진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더라. 출연하기 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 전화하고 챙기던 모습과 180도 다른 태도에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다시는 방송에 출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른 일반인들도 출연하기 전에 100번은 더 고민하고, 절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제작진의 의도에 휘말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에서의 말 한마디로 인터넷에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개인에 대한 평가가 한순간에 지탄받는 존재로 전락해 버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방송사는 일반인 출연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그러나 방송사의 편집과 의도 그리고 인터넷 상의 무분별한 비난의 여론을 탓하기에는 너무 늦다. 그에 앞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방송에 출연을 할 때 주의해야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피해를 줄이려면 방송 출연에 신중을 더하고 사소한 말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 파장을 늘 고려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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