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은 미래에 대한 투자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지만, 과연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때 얼마나 될까 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궁금한 점이 많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가치는 가격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환경의 가치는 돈으로 평가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환경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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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성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 |
21세기 들어서서 환경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계산해 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학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현재 다양한 방법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환경가치 추정을 위한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설문조사를 이용하여 환경보호에 대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을 조사하는 방법 외에도, 설악산국립공원같이 자연환경과 경관 등을 즐기기 위해 해당 지역까지 오가는 데 소요된 교통비용, 숙식비용, 그리고 시간의 기회비용 등을 합산하여 해당 여행지의 최소가치로 산정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이용해서 환경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강의 가치를 추정한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있는데, 그에 따르면 한강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외에도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북한산의 자산가치는 약 6조1000억원, 한국해양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는 무려 9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환경 관련 지출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기업, 소비자 등 경제주체가 환경오염을 예방하거나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한 금액, 즉 환경보호 지출액은 1992년 4조1642억원(GDP 대비 1.7%)에서 2007년에는 28조8263억원(〃 〃 3.2%)으로 약 7배 증가하였다. 정부의 환경 관련 예산 역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1971년 당시 보건사회부 내 환경 관련 예산으로 책정된 5000만원을 시작으로, 2008년에는 약 4조5000억원으로 정부 예산의 2.3% 수준까지 증가하였다. 이처럼 환경 관련 지출이 늘어감에 따라 일부에서는 환경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볼멘소리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환경의 가치가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량적으로 발표되기 시작함에 따라 오히려 환경에 대한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가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환경오염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2007년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지출이 악화되어 2020년까지 환경오염으로 중국인 약 60만명이 조기 사망하고 900만명의 수명이 단축될 것이며, 이로 인한 관련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에 대한 지출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는 투자 성격을 지니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자칫 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투자 우선순위가 낮아지는 경향이 생길 수 있는데, 환경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재인식하고 환경에 대한 투자를 높여 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환경을 보전하고 가꾸는 데 사용되는 돈은 줄이고 싶은 비용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풍요롭게 해주는 투자라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환경의 가치가 추상적인 옷을 벗고 구체적인 수량으로 표현되기 시작하면서 환경의 소중함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식품자원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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