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치바르킨은 최근 런던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번엔 러시아 경제 첨병이 아닌 도망자 신세가 되어 돌아왔다. 지난 4년 동안 사업 파트너 2명이 옥에 갇히고, 회사는 강제 매각됐으며, 모친마저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치치바르킨은 납치 등의 혐의로 감시를 받고 있다. 그는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제복을 입은 늑대인간(러시아 경찰을 의미)의 짓”이라며 치를 떨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 14일자에 따르면 치치바르킨처럼 러시아의 사법당국의 위협에 못 견뎌 조국을 등지는 기업가와 변호사, 회계사, 금융가가 적지 않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런던에 사는 러시아인 30만명 가운데 수천 명이 체포가 두려워 러시아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스크바 소재 여론조사기관인 레바다센터 조사에서는 기업가, 회계사, 금융가, 변호사 등 고급인력 1600명 가운데 13%가 러시아를 떠나고 싶다고 답했다. 이는 옛 소련의 붕괴 직후인 1992년과 같은 수준이다.
이 같은 문제의 중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 이후 심해진 러시아 관료주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치치바르킨은 자신이 2008년 러시아 자유민주주의 야당인 ‘옳은 이유’에 가입해 당국의 눈 밖에 났다고 생각한다. 당국의 목표물로 찍히면 무장 경찰에 의한 기습방문, 각종 문서와 컴퓨터 압수, 소유주에 대한 협박이 이어진다. 이 일들은 ‘인수·합병’이란 명목으로 자행된다.
러 야당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리즈코프는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사람들이 나라의 현대화를 이끌지만, 그들이 바로 국가가 박해하는 자들”이라며 “러시아에서 성공한 사람들도 체포가 두려워 조국을 떠나는 현실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어떻게 유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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