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우정·사랑·배신 경쾌하게 그려 동화 속 꿈의 정원을 연상케 하는 무대, 그 무대의 푸름은 울창하게 우거진 사랑의 충만함을 표현하는 듯하다. 음악극 ‘베로나의 두 신사’는 푸름이 가득한 무대에서 시작된다. 이탈리아 베로나와 밀라노를 배경으로 친구 사이인 발렌타인과 프로튜스의 우정·사랑을 그린 ‘베로나의 두 신사’는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26세 때인 1590년 쓴 최초의 희극이다. 러브 코미디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국내 프로극 무대에서는 이번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이 초연이나 다름없다.
아름다운 무대 뒤로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를 연주하는 5인조 라이브 밴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음악이 그리 필요치 않은 연극에 음악적 요소를 가미한 음악극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이유다. 이야기 전개도 셰익스피어답게 사랑과 우정, 배신 등의 키워드를 갖고 제법 무겁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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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이즈 실비아(who is silvia)’를 부르는 발렌타인(김호영,오른쪽)과 실비아. |
이에 반해 여성 캐릭터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고집하는 순정녀 일색이다. 실비아는 아버지가 정략적으로 정한 상대 투리오(이동근)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발렌타인을 음모로 몰아넣으며 구애하는 프로튜스까지 마다한다. 남장여자로 변신한 줄리아 역시 사랑하는 프로튜스와 함께하기 위해 베로나에서 밀라노로 혈혈단신 찾아온 순정파 여성.
이처럼 사랑과 우정, 배신 때문에 일전도 불사해 누군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해야 할 것 같은 기대감이 흐르지만, 그런 면모는 극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실비아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말 위의 대결에서 날카로운 창은 ‘뿅 망치’ 이상이 아니다. 한편의 인형극을 떠올리게 하는 코믹한 부분은 긴장감 넘치는 결투 장면에서 즐겁고 경쾌하게 두들겨지는 타악기 봉고 소리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극 곳곳에서 셰익스피어의 추후 명작 속에 나오는 장면을 미리 만나볼 수 있다. 사랑하는 실비아를 위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발렌타인의 모습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다소 아쉬운 점은 극적 반전이 순식간에 이뤄져 연적이자 원수지간이 돼버린 관계가 너무 쉽게 원상복귀된다는 것이다. 원작이 그러하다니 멋진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싶다. 8월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1544-1555
신동주 기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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