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속감소 등 생태계 변화도… “사업 재검토 필요” 경기도가 골재난 해소와 홍수피해 예방 등을 위해 추진을 검토 중인 한강하구 준설 및 한강 신곡수중보 이전을 동시 추진하면 오히려 한강 및 임진강의 홍수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추진 중인 10억8000㎥의 골재를 채취하는 내용의 한강하구 준설 사업에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경기개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강하구 개발에 따른 흐름 및 하상변동 고찰’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김포시 고촌면 신곡리 한강 김포대교 밑 신곡수중보를 14㎞ 하류지점 하성대교 예정지 밑으로 이전하면 장항습지와 산남습지 주변의 저조위(썰물 시 강물 최저 수위)가 시기에 따라 최대 1.1m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장항습지는 평소 물이 드나들던 0.5㎢, 산남습지는 2㎢ 정도가 항시 물에 잠기고 유속이 느려지는 등 생태계 변화가 예상됐다.
장항습지는 고양시 신평동의 237만5000㎡ 규모이고, 산남습지는 파주시 교하면 산남리의 면적 22만5000㎡이다. 이 두 습지는 순천만 등과 함께 세계에서 주목받는 두루미 이동경로이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신곡수중보 상류 4㎞ 지점에 위치한 장항습지는 현재 습지 지정면적의 5분의 1가량이, 상류 13㎞ 지점에 위치한 산남습지는 모두 물속으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신곡수중보에서 한강 하구에 위치한 유도까지 강바닥을 깊이 4m 폭 500m 규모로 준설해 1억3000만㎡ 골재를 채취하면 준설 위치에 따라 한강의 저조위는 1.1m가량 낮아졌으나 고조위(밀물 시 강물 최고 수위)는 오히려 0.5m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진강의 고조위 역시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한강하구 준설은 한강과 임진강의 홍수위 저감에 도움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고조위를 높여 홍수위험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특히 신곡수중보 이전과 한강하구 준설을 동시에 하면 한강의 고조위가 지금보다 0.4m 상승, 치수 안전성에 ‘치명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신곡수중보 이전과 한강하구 준설 사업을 추진하는 도에 사업시행으로 창출될 가치와 습지 보존가치 등을 비교하는 등 사전에 타당성을 면밀히 분석하도록 당부했다.
도는 그동안 골재 부족 해소와 해상교통로 확보, 홍수예방 등을 이유로 신곡수중보를 하성대교 아래로 이전하고 10억8000㎥의 골재를 채취하는 한강하구 준설을 추진했으며, 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경기개발연구원 백경오 책임연구원은 “수중보 이전 및 한강 준설로 홍수위가 높아진다고 당장 홍수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렇더라도 두 사업의 추진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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