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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거물 변호사 양성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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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법관들 대부분 대형 법무법인行
“판사 정년보장 평생법관제 정착돼야”
법원 인사철마다 고위 법관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대형 법무법인(로펌)으로 향하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법조 일원화를 통해 경륜 있고 유능한 변호사를 판사로 영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센데, 정작 법원은 경륜 있고 유능한 판사를 배출해 변호사 시장에 계속 ‘공급’하는 셈이다. 법원이 ‘거물 변호사 양성소’로 전락했다는 자조까지 나와 평생법관제 정착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사표를 낸 이태운 서울고법원장 등 고위 법관 대부분은 대형 로펌에 들어가거나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열 예정이다. 20∼30년의 재판 경력을 지닌 이들의 로펌행을 보는 외부 시선은 곱지가 않다.

현재 대법관을 제외한 판사 정년은 63세지만 이를 채우는 법관은 거의 없다. 오랜 실무경험과 경륜을 통해 원만한 재판을 이끌 수 있는 고급 인력이 법원 내부 인사시스템 속에서 떼밀리다시피 법복을 벗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은 법원 인사철 때마다 법원에서 나오는 고급 법조 인력을 쓸어담는다. 법원이 아무리 뿌리뽑으려 해도 ‘전관예우’ 논란이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위 법관들은 사법부의 ‘피라미드식 승진 시스템’을 거론하며 “때가 되면 법원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지방법원 부장판사에서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지 못하거나, 법원장에서 대법관으로 올라서지 못하면 법원에 더 있기 어렵다는 것이다.

변호사로서 누릴 고소득의 유혹도 판사라는 자부심과 청빈만으로 버텨내기 힘들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관을 계속하고 싶어도 승진에서 떨어지면 눈치가 보인다”며 “변호사가 되면 최소한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니 자연히 퇴임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원이 ‘거물 변호사 양성소’의 오명을 떨치려면 평생법관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법원도 2004년 ‘법관 단일호봉제’를 도입해 대법관이 아닌 판사에게는 같은 호봉체계를 적용함으로써 평생법관제의 기틀을 마련했으나 고위 법관들을 붙들어 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병학 당시 수원지법원장이 고법원장으로 승진하지 않고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발령받은 사례가 꼽힐 정도다.

울산지법 송승용 판사는 지난달 27일 법원 내부통신망에 올린 ‘정기인사에 앞서 법원장님들께 올리는 글’에서 “사의를 거두고 고법 재판장으로 돌아가면 안 되겠느냐”면서 “법원장들이 후배 법관을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호소하기도 했다.

검사장을 지낸 한 중견 변호사는 “일본은 판사가 정년까지 근무하는 평생법관제가 정착됐고, 법원장 정도 지낸 이는 은퇴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대신 연금을 받아 생활한다”며 “전관예우 논란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김태훈·김정필 기자
■고위 법관 퇴직 후 진로 현황
성 명 직 위 판사경력 퇴직 후 진로
이태운(62) 서울고등법원장 31년(연수원 6기) 법무법인 원
박국수(63) 사법연수원장 32년(연수원 5기)   〃 대륙아주
김용균(56) 서울행정법원·가정법원장 28년(연수원 9기)   〃 바른
이인재(56) 서울중앙지방법원장 28년(연수원 9기)   〃 태평양
이기중(57) 부산고등법원장 32년(연수원 8기)   〃 정인
김관재(57) 광주고등법원장 30년(연수원 7기) 변호사 개업
황영목(59) 대구고등법원장 32년(연수원 8기) 변호사 개업
허 만(52)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25년(연수원 12기) 법무법인 세종
서명수(54) 〃 28년(연수원 12기)   〃 바른
박 철(51) 〃 22년(연수원 14기)   〃 〃
정덕모(53) 〃 24년(연수원 13기)   〃 화우
정현수(55) 〃 27년(연수원 13기)   〃 로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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