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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광장] 전문직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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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비해 세금 많아” 불만

많이 벌면 세금도 많이 내야
고소득 전문자격사는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종이다. 그런데 이들이 최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공청회장 단상 점거에 언론사 항의 방문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들이 왜 단단히 뿔이 났을까.

이상혁 경제부 차장
몇 해 전 국세청이 변호사, 의사, 약사, 세무사, 변리사 등의 연평균 소득 순위를 공개한 적이 있다. 국감자료를 통해서 했기 때문에 신뢰도에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변리사가 1년에 4억9000만원, 변호사가 3억7000만원, 관세사가 3억2000만원, 세무사가 2억1000만원을 각각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언론에서 일제히 이를 크게 다뤘다. 그러자 대한변호사협회, 대한세무사회, 대한변리사회, 대한의사협회 등이 소득이 너무 부풀려졌다며 거세게 들고 일어났다. 일부 단체는 언론사에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보도했느냐며 항의 방문까지 했다.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직종별 소득 순위에서 세무사의 월평균 소득이 1100만원으로 425개 직종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세무사회는 발끈했다. 2004년부터 계속 4등을 했는데 왜 갑자기 우리가 1등이냐며 조사가 공정성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세무사가 최근 많이 늘어나면서 개업을 못한 세무사가 전체의 36%나 된다고 주장했다. 또 세무사가 개업을 하더라도 매년 그 수는 느는데 전체 사업자 수는 큰 변동이 없고 이는 경쟁으로 이어져 수수료 인하 압력을 받고 있어 월 100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는 세무사가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매번 반복되는 일 같다. 소득이 높다는데 얼굴을 붉힌다. 돈 많이 번다는 소리 듣고 싶어하는 일반 월급쟁이, 영세 자영업자들은 부러우면서도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직종별로 정확하게 얼마를 버는지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조사하는 기관마다 적용 기준이 다르고 언제 어떤 식으로 조사를 했는가에 따라 결과가 상이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걸 떠나서 전문자격사들은 돈 잘 버는 사실을 왜 자꾸 덮으려고만 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득이 높다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고 오히려 자랑거리인데도 말이다. 이유는 아마 세금 때문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많이 벌면 그만큼 세금도 더 내야 하는 게 다소 억울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같은 추측은 일반 국민과 전문자격사들 사이의 갭을 급격하게 벌린다.

일반 국민 가운데에는 전문자격사들이 버는 것에 비해 너무 적게 세금을 낸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문자격사들은 버는 거에 비해 세금을 너무 많이 낸다고 억울해 하는 게 현실이다. 정답은 없다. 누가 옳은지 청문회, 공청회를 해도 결론 내리기 힘든 사안이다. 모든 결론은 미뤄둔 채 그냥 참고할 만한 게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5월 고소득 전문직 자영업자 130명을 무작위로 조사를 했다. 이들이 실제로 번 돈은 5160억원인데 국세청에 신고한 것은 절반도 안 되는 2112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게 맞고 개연성이 높은 것 아닐까. 전문자격사들이 소득 통계만 나오면 우린 이렇게 못 번다고 스스로 안간힘을 쓰며 부인하고 오히려 깎아내리면서 발끈하는 현실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의사의 소득을 자꾸 공개하는 것은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등 정부가 추진하려는 각종 정책에 기초 자료로 반영하려는 게 아니냐며 향후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연례행사처럼 올해에도 고소득 전문자격사들의 소득 파악을 제대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상습 고액 탈세범 처벌을 강화하고 현금을 수수하는 고소득 전문자격사들이 영수증 미발급 시 미발급액의 50% 상당액을 과태료로 부과키로 했다. 또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를 유보해 경제위기에 취약한 서민층을 지원키로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직업으로 뽑혔다면 영광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줄 아는 전 국민 공감대 형성이 아쉽다. 자기가 정당하게 돈을 많이 벌었다면 당당하게 세금도 많이 내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까.

이상혁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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