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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문제로 상담 4명 중 1명꼴… 자살충동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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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서울의 한 야산에서 목을 맨 A씨가 지나던 등산객에게 발견돼 구조됐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목숨을 잃을 상황이었다. 당시 A씨는 소주 4병을 마셔 만취한 상태였다. 그는 평소 2∼3일 간격으로 1ℓ들이 소주를 마시는 등 심각한 알코올 의존 증세를 보였다. 3년 전에도 술을 마시고 치명적인 자해를 한 전력도 있다. 몇 번 중독치료를 받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10여년 전 이혼한 뒤 형제 집에 얹혀 살았지만 술만 취하면 “그만 끝내고 싶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그를 형제들도 외면했다. 경찰의 도움으로 재입원했으나 9월 결국 목매 숨졌다.

비뚤어진 음주문화 부작용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음주문화가 안타까운 죽음을 부르고 있다. 술이 사람의 중추신경 기능을 가로막아 자살 충동을 높이는 탓이다. 특히 20대와 청소년, 여성에게서 음주로 인한 자살 위험성이 높다.


17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가 200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상담한 내용 중에 음주로 인한 문제를 호소한 7898건을 분석한 결과 26.6%인 2103건이 자살 욕구를 드러낸 것으로 집계됐다. 자살 욕구를 드러낸 음주 상담자 두 명 중 한 명(1106명·52.6%)은 여성이었다. 연령대는 20대가 663명(31.5%)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417명(19.8%), 10대 315명(15%) 등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음주와 자살에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의 중독과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알코올 1ℓ(소주 기준 12병)는 자살 가능성을 11∼39%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4∼17세 청소년의 경우 우울하거나 슬플 때 술을 마시면 자살 위험성이 68%나 증가한다. 과거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없는 청소년의 자살 위험성은 3배나 높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음주율은 2001년 45.8%→2005년 54.6%→2007년 57.2%로, 인구 10만명당 자살 인원은 2000년 13.5명→2006년 21.8명→2007년 24.8명→2008년 26명으로 함께 늘고 있다.

청소년·여성이 더 위험

특히 우리 청소년들의 음주와 자살 충동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우울한 미래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발간된 ‘예방의학 49호’에 따르면 12∼19세 청소년 7만486명을 조사한 결과 과음 횟수가 많을수록 자살 충동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남학생은 과음 횟수(최근 3개월)가 ▲1∼2일일 때 29.1% ▲3∼4일일 때 35.2% ▲5일 이상일 때 42.7%, 여학생은 ▲1∼2일일 때 40.5% ▲3∼4일일 때 52.7% ▲5일 이상일 때 50.2%가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도 남학생 ▲1∼2일 9.1% ▲3∼4일 19.5% ▲5일 이상 26.3%, 여학생 ▲1∼2일 12% ▲3∼4일 24.3% ▲5일 이상 27.6%로 나타났다.

본지와 정신보건센터가 18일 공동 주관하는 ‘술과 자살’ 포럼 기조발제자인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전문의는 “음주 문제를 줄이는 것은 자살예방의 핵심 과제”라며 “청소년과 같은 취약계층의 알코올 접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알코올 사용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한편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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