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네트워크로 보행자 복지ㆍ상권 살려야" 6일 오전 1시 서울 명동 밀리오레 앞 도로. 인근 명동역 지하상가 상인 10여 명이 점포를 놔두고 밤새 서성이다 중구청 공사팀이 나타나자 굴착기를 몸으로 막았다.
구청이 도로에 명동-남산 방면으로 횡단보도를 내는 작업을 시작하자, 지하도를 찾는 행인 수가 줄어 장사가 어려워진다며 공사 저지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4∼5시간 현장 직원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당일 공사가 끝나는 아침 해산했지만, 구청이 서울시 방침에 따라 작업을 계속키로 해 매일 항의 집회와 몸싸움을 불사할 계획이다.
지하상가가 유난히 많은 서울 중심가가 땅 위에 그어지는 횡단보도 흰 선 탓에 갈등을 겪고 있다.
'보행자 우선주의'를 표방한 지방자치단체는 시내 횡단보도를 더 만들자는 입장이지만, 수십년간 지하상권을 지켜온 상인들은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반발해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이미 철거된 회현고가차로 사거리에 횡단보도 3개를 냈고 한국은행-포스트타워(서울 중앙우체국 신청사) 도로, 을지로 입구 사거리 등 다른 지하상가 밀집 지역에도 추가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
횡단보도는 시와 구청이 계획안을 제출하면 각 지방 경찰청 심의를 받아 만들 수 있다.
보행자가 걷기 좋은 거리를 만들 수 있는 데다 복잡하게 지하도를 따라가는 도심 동선을 단순화시켜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 환경도 개선한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남대문 시장과 명동, 남산 등 쇼핑ㆍ관광특구를 지상 횡단보도로 연결하자는 민원이 많다"며 "지하상가의 생계를 돕는 방안도 있는 만큼 정책을 여러모로 고려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하상가 상인들은 원칙적으로 '횡단보도와 공존'이 어렵다고 본다.
명동 지하상가의 한 의류상은 "일단 횡단보도 선이 그어지면 날씨가 매우 춥거나 더울 때만 사람들이 지하로 들어와 매출이 절반 이상 준다"며 "보행자와 지상 상권의 이익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지하 상인들을 희생시키는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에스컬레이터 등 지하 접근성을 높이는 시설을 짓는 것 이외에 마땅한 보상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서울시는 회현고가차로 사거리에도 횡단보도 3개를 설치하고 인근 회현지하상가 상인들의 격한 항의를 받자 최근 상가 입구에 에스컬레이터 6대와 승강기 1대를 설치해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상인들이 에스컬레이터ㆍ승강기가 매출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입증된 바가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시설을 만든 이후에도 추가 협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상가 측은 근본적 대안으로 '지하 네트워크'를 제안한다.
소공동ㆍ명동-회현-남대문-을지로 등 기존의 지하상가들을 통로로 연결해 서울 도심 전체를 땅 밑으로 쾌적하게 다닐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전국지하도상가 상인 연합회의 정인대 이사장은 "이런 지하망은 일본 등 선진국에서 보행자 복지를 높이고 지하 상권도 살리는 효과를 인정받았다"며 "차량정체 악화 등의 부작용이 많은 횡단보도보다 훨씬 낫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 서울시청 도시계획국장을 역임한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지하공간이 유독 많은 서울 도심은 1960년 초를 계기로 등장했다.
당시 시가 '외관상 흉하다'며 횡단보도를 지하도로 대체하기 시작했고, 약 10년 뒤엔 정부가 대형 전쟁 대피소(벙커)로도 쓸 수 있다며 지하도 인근의 상가 개발을 장려해 지금의 '땅밑 상권'이 탄생한 것이다.
현재 서울 전체 지하상권은 2천700여 점포 규모로, 특히 시의 29개 지하상가 중 약 72%(21개)가 중구ㆍ종로구의 구도심 지역에 몰려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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