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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곽경택 감독 "작품 잘 만들면 됐지…유명해지면 뭐하나요"

입력 : 2009-07-29 00:36:08 수정 : 2009-07-29 00: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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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닷컴]

영화만 찍던 곽경택 감독이 드라마를 하겠다고 했을 때, 열에 아홉은 반대표를 던졌다. 그것도 모자라 전국 820만 관객을 모았던 곽 감독의 대표작 '친구'(2001)를 20부작 드라마로 그대로 옮기겠다고 출사표를 던졌을 때 열에 열이 모두 극구 만류했다.  

결국 곽 감독의 지인들은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고, 대신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다.

"드라마에는 꼭 멜로를 써야 된다 하더라구요. '드라마에 멜로 없으면 끝장이다. 다 엮어라'(웃음)"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MBC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동수(현빈 분)와 진숙(왕지혜 분)과 준석(김민준 분)의 삼각관계는 영화와 비슷하지만 심리적인 묘사 전달의 비중을 높여 드라마적 스타일로 새롭게 연출했고, 중호(이시언 분)와 성애(배그린 분)의 유쾌한 러브스토리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인터뷰를 위해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곽 감독은 "아, 이래서 드라마를 하면 안된다고 했구나 느끼고 있다"며 8회까지 방송을 지켜본 지난 울고 웃었던 소회를 풀어냈다.

곽감독이 드라마를 하면서 가장 적응이 안된 부분은 예상보다 많은 장면들이 모자이크 처리되는 일이었다. 한 시청자는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아니라 '모자이크의 전설'이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일찌기 방송에 문제가 될만한 요소를 분명히 알지 못한 탓이다.

"뭐 방송인데 어떡하겠어요. '칼' 대신 '몽둥이'로 바꾸고 담배 피우는 장면은 다른 장면으로 대체한거죠. 그런데 사극이나 외국 영화 방영할 때는 버젓이 다 나오거든요. 이해가 안가긴 하죠. 외국 사람은 사람 아니에요?(웃음)"

때문에 촬영을 할 때 여러가지 버전으로 찍는 수고를 감행해야 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담배를 피우는 버전', '담배 피우지 않는 버전' 등 두번씩 촬영을 했고 각목이나 몽둥이를 들고 있는 버전과 주먹만 쥐고 있는 버전 등 한 장면만 찍기도 버거운 촬영 현장에서 이중고를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곽감독이 무엇보다 아쉬워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스태프나 연기자와 함께 술자리를 할 시간이 없는 것. 술을 마시지 못하는 배우들에게 술을 잘 마시게 하는 자신이 능력을 과시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보통 3개월 영화 촬영하면 배우들하고 10번 쯤 술을 마시는데 드라마 촬영은 6개월 해도 3번 마시기 힘들어요. 이번에 함께 촬영하는 (김)민준이도 술을 원래 못 먹는데 내가 난리쳐서 잘 마시게 됐고, 예전에 (장)동건이도 원래 술 한 잔도 못먹었는데 '네가 취해봐야 혀도 어떻게 꼬부라지는지 알고 술 취한 연기를 잘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해서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죠. 지금은 다들 잘마셔요."

술을 잘 마시게 가르치는 비법이 따로 있느냐는 질문에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온다. "나부터 취하는거죠. 나부터 오만 허점 다 보이고 그러면 그 다음에 편해져요."

그만큼 배우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사투리 대사를 어색해하는 배우들을 위해 직접 대본을 육성으로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한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현빈에 대한 곽 감독의 안목은 남달랐다.

"(현)빈이는 그동안 양의 탈을 쓰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드러운 이미지는 일부일 뿐이죠. 내가 맨날 그래요. 야, 니 눈빛이 그렇게 반항적인데 무슨 멜로야, 어? 여태까지 완전 사람들 속이고 기만왔다고.(웃음) 이 친구는 기본적으로 눈에 반항이 딱 서려있기 때문에 동수 역에 딱이었죠."

현빈에게서 새로움을 발견했다면 그에 반해 김민준은 비로소 그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혀준 느낌이다.

"민준이는 이번에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쓰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그 친구는 어떻게 보면 조금 덜 여우예요. 남자라 그런지 사투리를 빨리 못 고치는 것도 있어요. 지금 서울말로 연기하는 것을 보면, 내가 볼 땐 저게 연기로 보이는 게 아니라 서울말을 흉내 내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거든요. 아마 사투리 쓰는 사람들은 알겁니다. 그런데 우리 작품에서는 상관 없게 되는 거니까 편안하게 자기 목소리를 쓰고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죠. 굉장히 만족해요, 김민준이 모습에."

그동안 여덟 편의 영화를 작업했고 이번이 첫번째 드라마 도전이다. 시행착오는 있을지언정 드라마 제작에 대한 자부심은 크다.

"저 또한 드라마를 하고보니 단순히 시청률 때문에 고민을 하게 되는데 촬영감독이 조언하더군요. '형 간단해. 동수가 알고 봤더니 재벌 2세인거야'라고.(웃음) 저는 그냥 그렇게 생각해요. 드라마 '친구'라는 이야기는 어쩌면 아주 현실에 가까운 공감을 주는 부분이 있지 않겠나."

그 동안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가 있었는지 물었다.

"원래 드라마는 거의 안보는데 한번 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가 있죠. 오, 저거 대사도 쎄고 화면도 괜찮고 좋은데? 누가 했지? 바로 '베토벤 바이러스'였죠. 몇 장면을 봐도 장면이 힘이 있더라고요. 아주 괜찮았어요."

주로 경남에서 촬영을 진행하다보니 그쪽 지역에서는 여느 톱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곽 감독은 "최근 지역 방송사 캠페인에 들어갈 인사가 필요하다며 부탁을 받아 '부산을 사랑합시다'라는 멘트를 잠깐 촬영을 한 일이 있었는데 TV를 틀 때마다 계속 CF 광고처럼 나가고 있어 민망하다"라고 말했다. 그 만큼 영향력이 있는 것 아니겠냐는 말에 손사레를 친다.

"내가 어디가서 영향력이 있으면 뭐하겠어요. 영화 찍고 잘되면 되는거지."

마지막으로 영화를 통해 하지 못했던 어떤 이야기를 드라마로 풀고 싶었는지 물었다.

"'친구' 시나리오를 8고까지 썼거든요. 그니까 8번을 고치면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고쳐가 졌겠으며, 사라졌겠으며 그랬을 거 아닙니까. 그때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번에는 공간이 넓으니까 다 해볼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 신이 나더군요. 드라마의 여백이 자유감을 느끼게 합니다."

두정아 기자 violin80@segye.com 팀블로그 http://comm.blog.segye.com 
사진 허정민 기자 ok_hj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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