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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해고… 살길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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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첫 날 르포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1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의 계산대 앞. 계산하려고 줄 선 손님으로 분주했지만 바코드를 찍는 계산원들은 손에 기운이 빠져 보였다. 함께 일하던 동료 일부가 전날 계약기간 만료로 이날부터 출근하지 못한 때문이다.

계산원 김모(45)씨는 “아침에 출근해보니 같은 조에 있던 동료 2명이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그만뒀다”며 “몇 달 전 정규직으로 바뀐 사람도 일부 있긴 하지만, 여기 계산원은 대부분 계약직이라 착잡해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씨는 “대부분 10년 가까이 일한 주부사원인데, 재계약이 안 되니 살길이 막막하다고 울면서 갔다”며 “비정규직법이 시행된다는 말을 계속 듣긴 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일하던 동료가 바로 안 나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서울 둔촌동 보훈병원 영양실. 30도에 달하는 무더위에도 전날 해고 통보를 받은 조리원 8명이 눈물을 흘리며 떠난 뒤로 이곳도 찬 기운만 가득했다. 7년 가까이 영양사로 일해온 김연화(50·여)씨는 “어제 해고된 사람들이랑 부둥켜안고 한참 울었다”며 “얼마 전부터는 3개월, 1개월짜리로 계약하는 일까지 생겨서 해고와 복직을 반복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오는 12월 계약만료를 앞둔 강지선(43·여)씨는 “어제까진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기대를 걸었는데 이젠 실망만 남았다”며 “가족을 먹여 살리려 나온 사람들인데, 이제 어찌하면 좋으냐”며 눈물을 쏟았다. 이들은 “이제 누가 잘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서로 눈치가 보여서 말도 못하고 웃음도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 협상 결렬로 이날부터 비정규직법이 일정대로 시행됨에 따라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기간제 근로자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기업이 고용한 지 2년이 지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화하기보다 해고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KBS 계약직 사원으로 일해온 박모(30)씨는 “이달 말로 기간이 만료되는데 소문으로 듣고만 있다가 막상 어제 사람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모습을 보니 남 일 같지 않다”며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들에게 준비할 시간도 없이 이러는 데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말 계약기간이 끝나는 또다른 근로자는 “재계약이 안 되면 당장 생활비부터 막막하다”며 “2년, 4년 유예할 것이 아니라 이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노동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었다. 이후 비정규직법을 개정해 시행 시기를 늦추더라도 이미 해고된 근로자는 소급해서 구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간 KBS 시청자 상담사원으로 근무한 홍미라(35·여)씨는 “전날 사측이 해고 통보를 하고선 바로 아르바이트생을 앉혀 놓은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졌는데 기가 막혔다”며 “다채널 프로그램을 숙지해야 가능한 일인데, 아무나 데려다가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년 전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10년 동안 매년 7월1일자로 계약을 연장해 왔는데 지난해 계약이 마지막이 된 셈…”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5월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에서 해고된 김성미(27·여)씨는 “정치권이 책임공방만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어가고 있다”며 “비정규직 해고를 막는 법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태영 기자 wooahan@segye.com,

홍석란·홍성환 인턴기자(한림대 언론정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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