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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비웠더니 건강과 성공이 저절로”

입력 : 2008-04-21 18:03:14 수정 : 2008-04-21 18: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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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건강]루펜리 이희자 사장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라자빌딩 8층 루펜리 본사 제품 전시장에서 이희자 사장이 사업 현황과 비전 등을 설명하고 있다.
김창덕 기자
 
루펜리의 이희자(55·여) 사장은 소식주의자다. 아침엔 우유 한 잔으로 때우고 점심과 저녁 식사는 밥 반공기를 넘기는 법이 없다. 다이어트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다. 적게 먹어 몸을 가볍게 하는 ‘절제의 미덕’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식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본인 건강뿐만 아니라 인류 삶의 터전인 지구도 건강해진다고 이 사장은 믿고 있다.

꼭 필요한 만큼만 먹게 되니 버리는 음식은 자연히 줄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음식쓰레기가 줄어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유난을 떠는 게 아니냐 싶겠지만 이런 식의 식습관은 이 사장의 인생을 통째로 바꾼 계기가 됐다. 이 사장은 친환경적 생활습관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해 창사 5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의 기업을 일궈낸 성공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사업의 계기가 된 친환경 생활습관

이 사장은 사업을 시작하기 전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남편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인생이 통째로 달라졌다. 초등학생 딸의 급식비를 못 낼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온 가족은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까지 내몰렸다. 일생일대 최대의 위기 앞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어느 날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살림을 꾸리며 늘 생각했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없을까’라는 화두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음식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죄의식 같은 게 들었어요.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차려서 이렇게 쓰레기를 만들었다’는 자책도 많이 했구요. 음식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못 찾아 못내 아쉬웠는데 그때 마침 ‘남은 음식 쓰레기를 부패하기 전에 말리면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 거예요.”

이렇게 해서 등장한 제품이 바로 루펜리가 발명한 세계 최초의 음식쓰레기 건조기다.

“외국에선 미생물 등을 활용해 음식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방법이 나와 있었지만 국과 찌개가 많은 우리 음식엔 맞지 않았어요. 밤낮으로 실험을 거듭한 끝에 개발한 것이 ‘공기순환 건조방식’이에요. 무나 고사리, 호박, 버섯 등을 말려 보관하던 우리 선조의 생활지혜를 응용해 봤는데 그게 딱 맞아떨어졌던 거지요.”

이 사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음식쓰레기 처리사업은 상상 이상의 시장성을 갖고 있었다. 2003년 1억원에 불과하던 루펜리의 매출은 지난해 무려 1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현재 루펜리의 제품은 국내 음식물 처리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배불리 먹기보다는 맛있게 먹어라

사업이 날로 커지면서 이 사장은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빠졌다.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만도 하건만 이 사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역시나 적게 먹는 평소 식습관이 힘의 원천인 것 같다고 했다.

“별다른 보양식을 먹는 것도 아닌데 또래에 비해 건강해요. 얼마 전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담당의사가 ‘20대의 체력을 갖고 있다’며 부러워했을 정도예요. 아무래도 남들보다 적게 먹는 식습관이 건강의 비결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은 1∼2㎏가량이 불었지만 최근까지 30년 동안 몸무게가 40㎏ 후반을 유지했어요. 그런 때문인지 당뇨나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친구들과 달리 성인병 같은 게 전혀 없어요.”

물론 적게 먹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사장 지론이다.

“음식을 한창 맛있게 먹다가 숟가락을 놓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저는 절대 배를 다 채우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적게 먹는 것도 아니에요. 식사를 할 땐 필수 영양분을 반드시 섭취하는 것도 중요해요. 절대 편식을 해서는 안 돼요. 저는 남들보다 적게 먹지만 대신 음식을 이것저것 가려서 먹지 않아요. 배불리 먹는 것보다는 즐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정신건강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요즘 이 사장은 몸을 가볍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도 가볍게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업이 번창하면서 생기는 이런저런 욕심과 유혹을 떨쳐내기 위함이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생길 마음의 병을 미리 막아 보자는 의도도 갖고 있다. 그가 정신건강을 위해 택한 것은 명상이다.

“남편이 운영하던 사업체가 부도가 나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잘나갔어요. 기사가 딸린 자가용에 가정부까지 두며 목에 힘주고 살았어요. 그렇게 살다가 망했으니 이건 정말 아니다 싶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사업이 잘되다 보니 돈 자체에 사업의 목적을 두려는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 그것을 버리려고 해요. 명상을 하면 그런 식의 근심과 걱정이 싹 사라져요. 모든 병의 근원은 마음에 있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저는 정신도 매우 건강한 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비우는 삶이 진정 크게 얻는 삶인 것 같아요.”


사실 무언가를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더 힘든 일이지만 요즘엔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했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마음을 비우는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증명이라고 이 사장은 설명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루펜리의 제품을 베껴 카피제품을 내놓고 있어요. 세계 특허를 받은 제품인데 우리의 허락도 없이 그렇게 마구 유사제품을 찍어내는 것에 많이 속상해했죠. 처음엔 그런 기업들을 상대로 법적 제재를 해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제 관두려고요. 그저 상황을 지켜보면서 즐기려고 해요. 우리 제품을 베낀다는 것은 제품을 신뢰한다는 것인데, 오히려 즐거워해야 할 일인 것 같아요.”

이처럼 마음을 비우는 순간 이 사장은 더 높은 이상을 가진 새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매출을 더 올리거나 수익을 더 내는 방법에 욕심을 낼 생각은 전혀 없어요. 돈을 더 벌어 부동산을 사거나 사옥을 크게 짓는 일 같은 것도 절대 안 하려고요. 우리 회사의 제품은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도구예요. 더욱 많은 가정에서 이 제품을 쓰는 게 중요해요. 기술 혁신을 통해 보다 저렴한 제품을 내놔 전 세계 모든 가정에서 우리 회사의 음식쓰레기 건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 목표입니다.”

김창덕 기자



◆루펜리는 어떤 회사인가=2003년 설립된 신생 기업으로, 버려진 음식쓰레기를 건조해 사료 등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친환경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업체다. 이 회사의 음식쓰레기 건조기는 제5회 여성발명경진대회 대통령상, 2007년 레드닷 어워드 컨셉디자인상 등을 휩쓸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음식쓰레기 건조기를 발명한 이희자 사장은 이달 초 스위스에서 열린 2008년 제네바 국제 발명전에서 세계 최고 여성 발명가상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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