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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힘겨운 생산과정 생생하게 전달”

입력 : 2008-04-20 19:50:30 수정 : 2008-04-20 19: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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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美뉴스박물관 '뉴지엄' CEO 찰스 오버비
◇찰스 오버비 뉴지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8일 뉴지엄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뉴지엄에 관해 설명한 뒤 미소짓고 있다.
워싱턴=한용걸 특파원
지난 10일 미국 워싱턴타임스에 세계 프로복싱 전 헤비급 챔피언인 무하마드 알리가 링컨 기념관에서 상대 선수를 KO시키는 장면을 담은 전면광고가 실렸다. 광고 하단에는 “알리가 지금 워싱턴에서 전설을 쓰러뜨리다”라는 카피(광고 문구)가 붙었다. ‘뉴지엄’의 개장을 알리는 광고이다. 미국의 비영리 언론재단인 프리덤 포럼이 개설한 뉴지엄은 뉴스와 뮤지엄을 합성한 말로, 뉴스 박물관을 뜻한다. 워싱턴 시내에 전시관들이 즐비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명성을 이겨보겠다는 게 프리덤포럼의 야심이다.

뉴지엄은 언론 자유를 추구하는 프리덤포럼의 핵심 사업이다. 프리덤포럼은 언론 출판의 자유 등을 규정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 보호와 편집국의 인종 다양성을 추구한다. 프리덤포럼은 USA투데이를 창업한 프랭크 가넷의 주도 하에 1991년 발족됐지만 여러 언론사 및 언론단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된다. 뉴지엄은 4억5000만달러가 투입됐는데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컴캐스트, 그린스펀패밀리, 콕스엔터프라이즈, ABC방송, NBC방송,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허스트 등 미국을 휘어잡고 있는 14개 언론사 및 언론재단으로부터 1억2200만달러를 기부받았다.

뉴지엄은 11일 정식 개장하면서 봄철 워싱턴에 몰려드는 전 세계 관광객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미 올해 말까지 5만5000명이 단체예약을 했으며, 5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일보는 뉴지엄 개장 직전인 지난 8일 뉴지엄 최고경영자(CEO) 찰스 오버비(61)를 만나 뉴지엄의 역할과 사명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언론인들이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 어떠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지를 젊은 세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뉴지엄에 전시된 역대 특종 기사를 방문객이 살펴보고 있다.

출입구에서 전 세계 64개 신문의 1면을 매일 전시하는 뉴지엄은 뉴스가 일반인들에게 전달되기까지의 힘겨운 투쟁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 첫번째 상징은 뉴지엄의 6층 높이 건물 정면에 붙어 있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 23m 높이의 거대한 대리석판에 주먹만한 글자로 “의회는 종교와 표현, 언론, 집회, 청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을 제정할 수 없다”고 새겨놓았다. 미 의회와 백악관을 잇는 펜실베이니아 가에 위치한 뉴지엄의 수정헌법 제1조 문구 석판은 마치 언론자유 침해에 대해 사전경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대형 글자판이 슬로건처럼 보여 마치 허세를 부리는 것 같다고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한 방문객이 한국전쟁 때 부서진 대동강 철교를 넘어 피란가는 행렬을 찍은 퓰리처상 수상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16년 경력의 기자 출신인 오버비 CEO는 “수정헌법이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때때로 언론은 공격받았고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로비를 하지 않았고 소송도 내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을 가르치고 설명했다”면서 뉴지엄 설립 목적을 설명했다.

뉴지엄에 들어서면 뉴스가 얼마나 힘들게 얻어지는지 잘 알 수 있다. 뉴지엄의 ‘언론인 기념관’에는 취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언론인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1837년 이후 모두 1843명이 각종 취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들의 이름이 24개 유리판에 새겨져 있다. 취재 중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애리조나 리퍼블릭’ 신문의 탐사 전문기자 돈 볼레스 기자가 운전하다가 사고난 자동차도 전시돼 있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 등에서 근무했던 오버비는 “매년 취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언론인들의 명단을 추가로 새겨넣을 계획”이라며 “뉴지엄이 독자적으로 확보한 자료와 국경없는기자회, 국제언론기구 등의 협조를 받아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지엄의 지하 중앙광장에 들어서면 오른쪽 편에 42인치 LCD스크린을 통해 동서독 관련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이와 함께 베를린 장벽에서 떼온 8조각의 콘크리트벽과 동서독 국경 감시탑이 전시돼 있다.

오버비는 “베를린장벽이 1961년 세워지고 1989년 무너질 때까지 전 세계 언론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곳을 취재했다”면서 “베를린장벽조차 냉전시대와 공산주의 치하에서 여론의 흐름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20세기 냉전시대의 여진이 남아있는 남북한 상황에 관한 한국 언론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았다.

“동독은 자유를 얻기 위해 수십년간 싸웠다. 사람들은 일단 자유가 뭔지를 알게 되면 그것을 추구하게 되는데, 언론이 초기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뉴지엄 건물 내 천장에 매달린 상태로 설치된 취재용 헬기.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뉴지엄은 1층 중앙에서 천장까지 중앙이 뻥 뚫려 있다. 이 공간에 취재용 헬리콥터와 최초의 방송용 위성 ATS1호의 복제품이 매달려 있다. 또 가로 12m, 세로 7m의 거대한 TV가 역사적 현장을 시시각각 보여주고 있다.

1층에는 1942년 이후 역대 퓰리처상 수상작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전쟁 때 폭파된 대동강철교를 건너는 한국 피란민들을 보도한 사진도 걸려 있다. 곳곳에 설치된 컴퓨터 화면은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작동한다. 방문객들은 원하는 사진을 끌어당겨 확대해 볼 수 있다.

◇2001년 9·11테러 때 무너진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의 방송탑이 뉴지엄에 전시돼 있다.
뉴지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2층에 위치한 인터액티브 뉴스룸. TV카메라 앞에서 텔레프롬프트의 자막을 읽으면 카메라가 이를 녹화한다. 방문객들은 직접 자신들의 뉴스를 작성한 뒤 백악관 등 배경화면 앞에서 앵커가 된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면 이 동영상을 이메일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오버비는 “뉴스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인터액티브 뉴스룸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교육적인 뉴스박물관”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 9·11테러 보도 역시 뉴지엄의 주요 전시목록 가운데 하나이다. 9·11테러를 보도한 전 세계 주요 신문들의 1면을 모아놓았다. 그리고 중앙에는 월드트레이드센터의 북쪽 타워 안테나 기둥을 옮겨놓았다. 높이 518m에 달했던 이 안테나는 뉴욕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로 TV, 라디오 방송국에 전파를 보내는 역할을 했다. 또 당시 테러공격을 받았던 펜타곤(미 국방부)의 외벽 조각과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 들판에 추락한 유나이티드항공의 UA93편 여객기의 동체 조각도 옮겨놓았다. 월드트레이드센터가 무너질 때 현장을 취재하다가 숨진 사진작가 윌리엄 비거트의 유물과 그가 촬영한 사진들도 전시하고 있다.

특종 기자와 함께했던 취재도구도 전시돼 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일으킨 스캔들을 폭로했던 뉴스위크의 마이클 이시코프 기자가 사용했던 노트북컴퓨터가 대표적이다. 1928년 가정주부 루스 스나이더가 애인과 함께 보험금을 노려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전기의자에서 사형당할 때 뉴욕데일리뉴스 톰 하워드 기자가 바짓가랑이에 몰래 숨겨서 특종 사진을 촬영한 카메라도 전시돼 있다.

뉴지엄은 언론이 항상 정확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가르쳐주고 있다. 시카고데일리트리뷴이 1948년 미 대선 결과를 보도하면서 ‘듀이가 트루먼을 이겼다’고 오보한 신문기사를 전시해 놓은 게 대표적이다. 이 기사는 당시 해리 트루먼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 언론사상 최악의 오보라는 멍에를 뒤집어썼다.

뉴지엄은 방송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ABC방송 프로그램 ‘디스 위크’를 진행하는 조지 스테파노풀로스는 일요일 토크쇼를 이곳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박물관 관람객은 방청객이 될 수 있으며, 방송 진행 현장을 볼 수 있게 된다.

‘4-D’입체영화도 상영된다. 13분 분량의 이 입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이 폭격당할 때 라디오 생방송을 했던 CBS방송 특파원 에드워드 머로 등 미국의 전설적인 언론인 3명을 다룬 것이다.

뉴지엄은 수많은 유리가 연결된 건물이다. 한물간 건축양식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오버비는 “언론이 세계의 창이기 때문에 이를 나타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뉴지엄 건물 뒤에는 고급 아파트 135채가 붙어있다. 박물관과 사람이 숨쉬는 아파트가 한 벽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프리덤포럼이 워싱턴에서 박물관용 토지를 구입하면서 주거지 확보를 약속했기 때문에 ‘기형적’ 공간 구성이 됐다고 한다.

오버비는 “뉴지엄은 언론인들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언론을 알려고 하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한용걸 특파원 icykarl@segye.com



◆찰스 오버비(61세)

△16년간 테네시주 내슈빌, 플로리다주 코코아비치, 미시시피주 잭슨 등지에서 기자생활

△1983년 잭슨시의 클라리온·레저 편집국장 시절 퓰리처상 공공서비스 부문상 수상

△1989년 가넷재단 회장 겸 CEO

△1991년 프리덤포럼 회장 겸 CEO

△2007년 뉴지엄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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