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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보고 싶을 때 보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며 즐길 줄 아는 것이 삶 아닌가? 젊었을 때는 자식들 교육시키느라 힘든 줄 모르고 자식들 올망졸망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알뜰히 살아 왔는데, 이제 자식들이 장성하고 보니 몸이 쇠약해지고 덩달아 마음도 쇠약해 지는 것이 부모다.

아무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다고 하시는 아버지, TV도 보기 싫다고 그냥 눈만 감고 계신다. "아버지! 이것 좀 잡수세요" 해도 갖다 주는 성의를 생각해서 한 두 점 드시고는 그냥 물리치신다.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하시려고 몸져누우셨다.

이렇게 화창한 봄 날에 벚꽃도 개나리도 활짝 피어 모두들 꽃구경하려고 야단인데 움직일 수 없는 몸은 마음마저 어둡게 한다. 살아오면서 눈물 한 번 보이지 않으시던 분이 떠나려는 내 손을 붙들고 놓지 않는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일상이지만 때로는 만사를 제쳐두고 부모님 곁으로 달려가 곁에 머무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를 위해 먹을 것 먹지 않고, 입을 것 아끼시며, 육 남매를 키우신 부모님!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으려고 까막눈 만들지 않으려고 그 힘든 농사일도 힘들다 않으시고 일하셨다.

오늘은 왜 이렇게 부모님이 자꾸만 생각나는지 알 수 없다. 살기 바빠서 마음 편히 모시지 못했던 것이 후회된다. 산에도 들에도 파릇파릇 새싹이 움트고 모든 만물이 봄을 맞고 있는데 멀리 사는 이유로 자주 찾아 뵐 수 없음이 못내 아쉽다. 

"가거들랑 전화해라" 하시며 누워서 보내는 모습, 지켜보는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만 흔드신다. 내 어렸을 적 그렇게도 자상하시더니 작아진 눈, 가늘어진 팔 다리…세월 속에 장사 없음을 다시금 느낀다.

몇 일 시간내어 고향을 찾아보니 담장너머에 벚꽃이 활짝 피어 옛 동산을 기억하게 하는데 지척에 둔 꽃도 볼 수 없으니 아무 것도 싫다 하신다. 하나, 둘 마음으로 정리하시는 아버지를 뵈며 산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 이명희 myung76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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