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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택쥐페리의 '쪽빛 바닷물 해안’

입력 : 2008-02-13 13:46:27 수정 : 2008-02-13 13: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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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다쥐르 해안. 
프랑스 툴롱에서 이탈리아 국경까지 지중해 연안을 ‘쪽빛 바닷물의 해안’이라는 뜻의 ‘코트다쥐르'  지역이라고 한다.  이 지역은 생택쥐페리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기도 하는 곳이다.

원색적이고 적나라한 칸느 해안의 평화

 1.칸느
아침 청량한 공기를 뚫고 지중해의 코트다쥐르 해안선을 따라서 기차는 달린다. 파도는 포말을 남기고 밀려왔다 밀려가고 바닷새는 높게 때로는 낮게 한가로이 날고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칸느, 니스, 모나코,  산레모 등등 아름다운 휴양지와 마주친다. 우리가 한번쯤은 들었음직한 휴양도시의 이름이다.

南佛의 공통적인 자연은 맑은 공기와 내리쬐는 태양빛으로 드러나는 원색미이다.

빛바랜 백색과 초록 그리고 에매랄드빛 원색 바다가 연출해내는 단순미를 목격할 수 있다.

집의 색깔이 흰색을 많이 쓴 것은 강렬한 태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리라. 농촌은 북유럽처럼 크게 정형화된 짙푸른 녹음은 아니다.

우선 칸느역에서 내려서  멀지 않는 바닷가로 갔다.  백사장 바로 위에 아스팔트도로에 가로수는 단순하고 강해 보이는 종려나무이다. 이 해안도로를 경계로 아래쪽 바다는 너무나 상큼한 공기가 내 폐부를 찌르면서 또 다른 세계를 향한 그리운 갈망을 만든다. 코트다쥐르의 유명한 해안 도시 칸느에서 내린다.

이제 아름다운 해수욕장으로 간다. 그곳에 가면 아름다운 젖가슴을 뽐내며 활보하는  토플리스(Topless) 여인들을 볼 수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아름다운 그릇이 무엇일까? 기네스북을 뒤적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여성의 유방이라고 한다. 그 가슴에 안겨서 젖을 먹고 모든 인간의 위대함이 만들어졌다. 모든 아름다움과 성스러움과 진리도 그 아름다운 그릇이 아니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으리라. 남성들이여 가슴이 넓다고 뽐내지 말라! 모든 인류를 키운 여성의 가슴에 비할 바가 아니도다.

칸느의 모래는 부드러운 떡모래여서 운동화를 벗고 걸었다. 바다를 향해서 걷고 있다. 바다가 내게 다가온다. 파랑 바닷물에 두 발을 담근다. 그 아래엔 백사장의 많은 여인들은 부끄러움을 잊은 듯 가슴을 드러내놓고 모래밭 위를 활보하고 있다. 카메라를 쥐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도 거리낌이 없다. 그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렇게 육감적인 모습은 차마 찍지 못했다. 그 때 사실 난 너무 부끄러웠다.

멀리  범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바람의 힘으로 달리는 요트들, 모터보트의 움직임이 정중동(靜中動)을 느끼게 한다. 오직 바다와 하늘 그들은 멀리서 하나가 되어 만나고 그 공간에는 바람과 구름 물새들만 먹이를 찾아 날고 있다.

칸느에서 매년 대규모 카니발과 국제적인 영화제가 열린다. 영화는 이 지방의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오래 전부터 행사를 유치하여 만든 문화행사라 할 수 있다. 이 행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여 영화제가 열릴 때면 세계의 시선이 주목되고 많은 배우나 영화인들이 이곳을 찾는다.  이 영화제에서 레드 카펱(Red Carpet)을 밟은 사람은 영화인으로서 최고의 영광이다.  

끝없이 넓고 푸른 바다는 그 넓이만큼 사람의 감성을 끌어내어 텅 비게 만든다. 그래서 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허탈함이 느껴지나 보다. 그래서 사람들은 허탈함을 채우려 술을 마시고 짝을 찾는 것일까?

  

 2.니스

지퍼를 잘 열어서 짚시? 다시 기차를 타고 잠시 동안 달리면 니스에 도착한다. 열차에서 내려 지도를 구하고 역을 등지고 나온다. 장메드생 거리를 내려와서 메세나 廣場에 이르면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알베르1세 정원’이 있는데  이곳의 푸른 잔디밭은 어디에나 자리를 펴고 앉을 수 있다. 이곳에서 많은 집시 소녀 무리를 만난다. 그중 짚시 소녀 한 명이 신문을 넓게 펴서 들이밀고 알아듣지 못하는 빠른 말로 지껄인다. 신기하게도 이들을 이리저리 피하고 나면 벌써 앞주머니가 열려 있다. 하늘이 내린 신의 손을 가진 아이들이다. 

남쪽에는 이렇게 빠른 입과 빠른 손으로 먹고사는 이들이 많다. 도시에 입성하자마자 이렇게 입가 손으로 환영을 해준다. 그러나 도시는 깨끗하고 정결하게  가꾸어 놓았다. 하얀 집들이 세련돼 보이고 바닷가에는 사람들도 많다.

천혜의 아름다운 항구라서 이름도 ‘천사의 만(彎)’이다. ‘천사의 만’에는 백사장 위에  갯바람 속에서  여인들은 눈꽃 같은 미소가 버찌꽃잎처럼 바람에 날려 나에게로 온다. 핑계가 일광욕일 뿐  이들은 신록(新綠)처럼 최대한 성징과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일광욕, 한쪽에서는 수영, 수상스키, 윈드서핑, 모터가 끄는 패러글라이더, 크르징요트가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바다를 장식하고 있다.

 마세나 광장을 중심으로 동쪽은 구 도시로 오래된 성벽과 만날 수 있다. 돌출된 언덕 위에는 부호들의 호화 별장이 있어서 에메랄드의 바다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동쪽 언덕에 올라서면  멀리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뒤쪽으로는 산이 있는데 이곳에서 알프스 산맥과 연결이 된다. 여기서부터 멀리 3000m 가량 되는 산맥과 아득하게 연이어져있다. 이 산이 알프스의 북풍을 막아주어서 겨울에도 춥지 않다고 한다.

니스의 항구 가까이 작은 섬들이 있는데  ‘포르크로’란 섬은  ‘작은 코르시카’라고 불릴 정도로 낙원 같은 섬이라고 한다. 이 낙원에는 여름마다  카톨릭 학생들이 찾아와 여름캠프를 연다. 프랑스는 대부분 카톨릭으로  “피에르神父”같은 분이 프랑스 사회의 큰 어른이자 정신적 지주라고 한다. 그 분은 최근에 선종(善終)하셨다. 그러나 음양과 상대성의 법칙처럼 그 옆에는 자유분방하고 원초적인 ‘누디스트(나체족)’들이 모이는 ‘르방’섬이 있다.  알몸에 자신있으면 방문해 볼 만한 섬이다. 

지금 내가 해안선을 따라서 걸어온 이 길은 ‘프롬나드.데.장글레’(영국인 산책로)라는 이름을 가진 길로 길게 해안선 백사장을 따라서 종려나무 수려한 가로수로  거리를 장식하고 있다. ‘프롬나드’라는 말이 ‘산보’, ‘산책’을 뜻하는 모양이다. 코트다쥐르 해안의 최대 도시이고 휴식의 도시로  세계적인 관광휴양지답게 바다에 면한 호텔은 비싸서 헐리우드의 유명배우나 아랍 부호들이나 들릴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이 호텔은 비싼 만큼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며 아름답다.

 마세나廣場에 마세나 미술관이 인접한 것은 아니다.  마세나의 서쪽에는 조세핀의 옷과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모은 “마세나 미술관”이 있다.  참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덧 붙인다.  프랑스산 치즈 중에 카망베르 치즈는 나폴레옹이 애처인 조세핀의 체취와 같다고 하여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치즈라고 한다.  조세핀이 도대체 어떤 냄새를 풍겼기에?  얼굴 붉어지는 사람은 좀 엉큼한 사람이라고 한다^^*  프랑스에 목욕문화가 발달되지 않아 향수가 많이 생산된 이유를 알 것이다. 

이곳은 나폴레옹시대의 인테리어로 재현해놓은 것은 코르시카출신의 나폴레옹이 니스에 입성하였던 기념이라고 한다. 참 별별 이유를 다 붙여서 미술관, 박물관, 기념관 등을 만들었다. 환경오염시키지 않고 돈 잘 버는 사업이 관광산업이다. 우리도 배워야할 항목 1호이다.


 3. 콜라보(부역자)와 아사하는 영아들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들은 제3세계에 식민지를 가졌던 제국주의자들이다. 바다 건너 북아프리카의 알제리가 이 말을 증명한다.

바다건너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그들은 어덯게 했는가? 그 가난하고 메마른  땅에서 기아와 질병과 살육, 끝없는 전쟁의 포연, 피비린내 등으로 아프리카는 회생불능인 저주의 땅으로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그 땅의 모든 부조리와 증오와 분쟁의 원인제공자가 누구인가?

그들은 가장 문명화되고 가장 이성적이며 철학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역설하는 구라파제국의 제국주의자들이다. 현재의 이방인을 홀대하는 인종주의자들이 그 후예라고 보면 된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대단한 사건을 많이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개를 ‘견공(犬公)’으로 만들었다. 그 개들이 먹는 먹이만으로도  아프리카의 아이들을 기아에서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양인 모양이다. 서유럽의 개들은 ‘견공’으로 신분상승이 되었지만, 아프리카의 신생아들은 ‘개보다 못한 인간’이 돼버린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모습만 보고 유럽을 평가하는 것은 문화사대주의(제국주의에 대한)라고 할 수 있다. 한 인간, 한 사회, 한 민족, 한 국가, 한 자연, 한 대륙을 황폐케 한 인류의 죄과를 양심과 양식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를 똘레랑스의 나라라고 한다. 똘레랑스는 영어의 Tolerance와 같은 어원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와 다른 사람의 이념적 정치적 종교적 견해를 존중한 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인이  보신탕에 대한 똘레랑스가 전혀 없어 아주 불편하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지만 자국민의 교육 특히 청소년 교육에는 끔찍하게 신경을 쓴다. 프랑스는 우리보다 GNP가 훨씬 높은 나라이지만 교육예산이 GNP의 20%가량 된다. 우리는 교육예산은 GNP의 4% 정도라고 한다.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과연 우리는 사과나무를 어떻게 가꾸고 있는가? 

젊은이들이 에너지를 방출할 곳이 없어서 그저 인기연예인에 대한  환호와 절규 몸부림에서부터  흡연, 음주, 섹스 등으로 건강하지 못하게  발산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기성세대는 그 결과만을 가지고 그들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었는가? 좋은 교육과 좋은 사회분위기와 제도 속에서 좋은 새싹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GNP 20%가 교육예산이라는 사실이 프랑스의 저력인지도 모르겠다.   역 가까운 빵집에서 빵을 사고 언덕길을 올라가서 기차역으로 향한다. 이제 니스를 떠난다. 잘 있거라 휴식의 도시여!

이제 몇 장의 사진과 몇 개의 그림엽서로 지나간 과거를 회상할 것이다.  니스에서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면 모나코王國이 있다. 그러나 다음 행선지는 주마간산 제노바이다.

 
4.제노바
니스와 모나코는 바로 옆 동네라 모나코에 도착하면 시간적으로 잘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로마 쪽을 향해가다가 제노바에서 내려서 구경하다가 느즈막히 차를 타고 다시 되돌아오면서 기차 안에서 수면을 취하면 아침을  모나코에서 맞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이태리의 주거간산, 제노바로 갔다.

 제노바는 서인도의 발견자 C.콜럼버스, 음악가 파가니니, 이탈리아 통일운동의 기수 G.마찌니 등의 출생지로서 알려져 있다. 그래서 16세기에 세워진 시청사에는 콜럼버스의 편지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등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12세기의 성(聖)로렌초 성당, 흰 궁전(16세기), 붉은 궁전(17세기), 카를로페리체 극장 등이 있다. 마르세유 만큼이나 오래된 항구이다. BC 7세기경부터 리구리아인(人)의 항구도시였다.

생명력이 강한 해양 도시로 11세기에는 상인과 귀족의 단결로 자치도시를 만들었다. 이 자치도시는 십자군원정으로 소아시아와 동지중해에  진출하게 되었다. 전쟁의 특수를 맛보던 한 참 물 좋은 시절이었었다. 이 원정을 통하여 베네치아와 함께 지중해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 자치국은 12-13세기에는 많은 해외식민지를 개척한다. 상업, 금융, 군사력을 바탕으로 지중해는 물론 내륙으로도 영토확장을 했다. 그러나 1380년의 키오지아 해전에서 베네치아에 패배한 뒤 쇠퇴하기 시작했다.

오스만투르크의 진출로 해외의 근거지를 차례로 상실하였으며, 1768년에는 마지막 식민지인 코르시카섬을 프랑스에 양도하였다.

이처럼 원격지(遠隔地) 무역의 쇠퇴에도 불구하고 제노바의 상인 자본은 유럽 금융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네치아 출신인 마르코 폴로가 제노바와 전쟁에서 포로가 되어 감옥에서 실크로드와 원나라를 여행했던 것을 구술하고 루스티첼로라는 사람이 받아써서 ‘동방견문록’이 탄생한 인연이 있다.

 필자가  어릴 때 “여원”이라는 여성잡지에 만화로 연재된  “엄마 찾아 삼만리”에 나온 도시가 제노바이다.

원제목은 《엄마 찾아 삼천리》(3000 Leagues in Search of Mother)라고 한다. 1886년 발표된 에드몬도 데아미치스(Edmondo De Amicis)의 원작 동화인 《쿠오레(Cuore)》에 삽입되어 있는 단편 동화를 내용을 첨가하여 만화영화로도 출시했다.

불황으로 가난에 찌든 19세기의 이탈리아 제노바의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신대륙 남미로 떠난다.

주인공 마르코의 아버지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진료소 운영으로 집안 형편이 어렵다. 그래서 Maruko의 어머니는 아르헨티나로 일하러 떠나게 된다. 어머니의 아르헨티나행에 화가 난 Maruko는 어머니 배웅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부두를 떠난 이민선을 향해 목이 터지게 어머니를 외쳐 불러 보지만 어머니를 태운 이민선은 이미 바다 멀리 사라져버린다.

마르코는 매주 부두에서 어머니의 편지를 싣고 오는 증기선을 기다린다.

그러나 몸이 아프다는 소식을 끝으로 어머니의 편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병상에 누워 있을 어머니를 걱정하던 9세의 소년 Maruko는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머나먼 아르헨티나까지 홀로 찾아가기로 한다.

마르코는 엄마를 만나러 가기 위해 힘든 일을 하면서 돈을 모은다. 제노바에서 만나 광대 아저씨 펩피노와 딸 피오리나와 함께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이민선을 탄 Maruko는 밀항을 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어렵게 엄마를 만나지만 엄마는 중병에 걸린 상태이다.

그러나 마르코를 본 엄마는 수술을 결심하여 건강을 되찾고 마르코와 함께 제노바로 돌아온다는 스토리이다. 

필자 누님들이 보던 여원잡지에서 그 만화를 볼 수 있었다. 희미한 옛날의 먼 그리움이다.

/ 김규만 (한의사)  transvil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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