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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산 50원에서 저축왕까지…'칠전팔기' 노숙인 표창

입력 : 2011-10-26 09:47:37 수정 : 2011-10-26 09: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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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체불, 직장 부도, 사기죄 피소, 신용불량, 동업 실패 등 잇따른 시련에 노숙인으로 전락했던 40대가 '노숙인 저축왕'이 돼 서울시 표창을 받는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저축의 날 표창 대상자는 박모(40)씨다. 그는 2009년 1월 구세군자활센터에 입소할때 전재산은 50원짜리 동전 하나밖에 없었다. 반면 부채는 3000만원이 넘었다.

지금은 청약저축 120만원, 저축성 보험 152만원, 희망플러스 통장 420만원, 임대주택보증금 280만원, 보통예금 잔고 53만원 등을 가지고 연인과 함께 인생2막을 꿈꾸고 있다.

1971년 서울에서 평범한 가정의 외아들로 태어난 박씨의 불행은 초등학교 2학년때 어머니가 암에 걸리면서 시작됐다. 7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박씨는 고등학생때부터 생활력을 잃어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이 되야했다. 다행히 학교 성적이 좋아 4년제 대학에 입학을 했으나 2년만에 가정 사정으로 학업을 접어야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일반기업 자재관리, 미군 상대 핸드폰 판매사원 등을 전전했지만 상황은 꼬여만갔다. 2000년 아버지가 술을 먹고 세상을 떠났고 모든게 엉망이 됐다.

연인과는 이별했고 6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옮겨간 회사는 거래처의 사기로 부도를 맞았고 그 와중에 거래처와 공모했다는 의심을 받아 사기죄로 고소룰 당했다.

박씨는 1700만원을 주고 합의를 봤으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해 받은 카드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이후 건설 일용직을 전전히다 500만원을 모아 선배와 경기 의정부시에서 조그만 과일 가게를 차렸지만 선배가 술에 빠지면서 실패했다.

다시 건설 현장으로 되돌아갔지만 2008년 점점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일을 나가는 날도 줄었다. 결국 밀린 한달분 고시원비를 갚지 못해 도망치듯 거리로 나왔다.

며칠간 거리를 헤매다 2004년 알게 된 서울시립브릿지센터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에 2009년 1월 입소했다.

박씨는 입소 당시 "딱 15일만 신세를 지겠다"고 큰 소리를 쳤지만 주머니에 남은 돈은 50원 짜리 동전 하나였다.

박씨는 '서울시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에서도 가장 험하고 지저분하다는 가락시장 쓰레기 청소 일자리를 배정받았다.

하지만 그는 여름 쓰레기 썩는 냄새를 참아가며 계약기간 8개월을 개근했고 이후 주어진 일도 성실하게 수행했다.

그 사이 15일은 2년이 됐고 3400만원까지 불어났던 부채는 8년 900만원 분할상환 조건으로 탕감됐다. 매입임대주택도 구했고 노숙인 저축왕에도 선발됐다.

박씨를 지켜본 이정훈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 과장은 "입소할때 50원밖에 없었는데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박씨를 통해 배우는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과장은 "시설에 입소한 노숙인 중 80~90%는 저축을 하고 있다"며 "열심히 살아보고자하는 이들의 노력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꺾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를 포함한 노숙인 4명과 노숙인 158명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준 이정훈 구세군자활주거복지센터 과장이 저축의 날을 맞아 서울시 표창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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