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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한국, 국제위상 높이려면 약자·외국인 배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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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8-12-10 09:40:20 수정 : 2008-12-10 09: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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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경제적·법률적 선진화는 인권 선진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인권의식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외국인을 배려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일(10일)을 앞둔 8일 국가인권위원회 안경환 위원장은 본지와 단독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나라의 자유권 신장은 괄목할 만하다. 그러나 사회권 신장은 아직 멀다”고 평가했다. 안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아직 결혼 이주 여성 등 다문화가정,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노인 등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부족하다”며 “인권 선진국으로 가려면 그에 걸맞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이 되는 해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나라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 조항이 있다. 기본권의 뿌리가 세계인권선언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세계인의 뜻을 모아 만든 것이며 종교·이념을 초월한다. 인류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다. 경쟁이 치열하고 힘든 시기일수록 세계인권선언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것 같다.”

―한국의 현재 인권 수준을 진단한다면.

“한국의 자유권은 많은 진보를 이뤘다. ‘인권’ 하면 이제는 시위 중 총격, 고문 등 극한 상황을 떠올리지 않는다. 국민의 인권에 대한 인식·감수성이 높아져 인권은 ‘비장한 무엇’에서 ‘일상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라는 쪽으로 인식이 변화했다. 그러나 양질의 교육 등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사회적 보장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사회권 신장은 미흡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30위다. 국제사회에 내놓기 부끄러울 정도다. 또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해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다.”

―사회권 신장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사회권 보장을 위한 국가기관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 지금은 성장과 분배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시기다. 최근 몇 년간 분배에 무게가 실렸다고는 하지만 국제기준으로 봐서는 뒤져 있는 편이다. 이런 측면에서 성장 중심의 새 정부에서 복지가 축소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사회가 갈등 없이 발전해 가려면 사회의 그늘을 잘 돌봐야 한다.”

―‘다문화사회’가 화두다. 실태와 대안을 말해 달라.

“다문화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이제는 폐쇄적인 민족국가로는 살 수 없다. 그런 만큼 외국인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외국인이 잠깐 왔다 가는 사람, 그래서 관리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사회의 필요에 의해 오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그렇고, 결혼 이주 여성들이 그렇다. 그들은 통합의 대상이다. 외국인들의 선택에 의해 한국에 살게 되면 함께 산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외국인에 대한 인권 침해와 교육 등 차별이 계속되고 있다. 인권위 역할은.

“외국인 문제도 ‘보편적인 인권’ 기준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인권위는 관계 기관이 기준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자녀의 교육권은 심각한 문제다. 2009년에 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또 연구모임을 만들어 다문화의 실체와 외국인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할 예정이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권위 입장은.

“인권위는 북한 주민이 북한 정부로부터 당하는 인권 침해를 진정의 형식으로는 다룰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고자 하는 탈북자와 납북자, 새터민 등의 인권에 관심을 둔다. 인권위는 이미 2004년 북한연구팀을 구성했다. 올해는 통일부·외교부·인권위가 모인 협의체와 인권위 내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북한인권포럼을 만들어 시각이 극명하게 나눠진 시민단체들이 의견·정보를 교환하는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 안경환국가위원장은 8일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일부에서 전 정권보다 인권이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에 관한 의미 있는 통계는 없다. 과거 정부하고도 불편함이 있었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과거보다 갈등이 많이 부각되는 점이 다를 뿐이다. 다만 새 정부가 경제적 선진화, 법치 선진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경제·법 등을 인권과 분리해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있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 단속이나 서민·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예산 편성 논의 등을 보면 그렇다.”

―복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위해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실태조사 등을 통해 정책 권고를 할 수 있다. 정책 권고를 하는 경우 이 권고를 시행할 때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한지, 다른 국가는 어떠한지 분석해 제시한다.”

―새 정권이 들어서고 인권위원이 여럿 바뀌었다. 의사소통에 변화가 있나.

“위원들이 임명된 과정이 다양하다. 인권위원에는 더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야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포함되면 좋겠다.”

―과거보다 다른 기관하고 부딪치는 강도가 세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인권위는 다른 정부기관에 쓴소리를 하라고 만든 기관이다. 2001년 국제기준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지난 정권의 프로젝트 기관이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때 대통령 인수위에서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논의가 진행될 때 국제적 기준에 어긋난 일이라 국제사회가 경계했다.”

―얼마 전 MBC ‘PD수첩’ 제작진이 낸 진정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기록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는데.

“인권위는 수사과정에서의 언론 공표와 수사권 남용으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진정이 들어와 이에 관한 자료를 달라고 했던 거지 수사자료 전체를 달라고 한 것이 아니다. 검찰은 이 부분도 수사자료라고 판단해 거부했다. 이후 진척된 게 없다.”

―인권위의 독립적인 지위 보장을 위해서는.

“인권위의 독립적 지위는 1993년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파리원칙’에 근거한다. 인권위의 생명은 독립성이고, 국제사회에서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헌법상 독립기구화를 고려해 봐야 한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지부진한데.

“수년 전부터 포괄적인 차별금지법과 인권교육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안 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관심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또 정부와 국회가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권위원장이 된 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인권위에 대한 이해 부족이 가장 힘들다.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이건 왜 안 하느냐고 한다.”

―내년이면 임기 마지막 해다.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2010년 한국이 유엔 내 기구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회장국이 되도록 토대를 닦을 것이다. 한국은 현재 ICC 부회장국이다. 회장국이 되면 한국의 국제적 품격이 달라진다. 대외적으로 국가를 홍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이 좀 더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못 다한 말이 있다면.

“세계인권선언문을 꼭 한번 읽어봐야 한다. 세계인권선언문은 세계를 향한 메시지다.”

대담=채희창 사회부장, 정리=이진경 ljin@segye.com, 사진=전신 인턴기자


■안경환 위원장은…

▲1948년 경남 밀양 출생

▲70년 서울대 법대 졸

▲84년 미국 산타클라라대 법학박사

▲87년∼현재 서울대 법대 교수

▲2002∼04년 서울대 법대학장

▲2003∼05년 법무부 정책위원장

▲2006년 10월 제4대 국가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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