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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국민여론 호도하는 ‘속보이는 구태’

관련이슈 현장메모 , [특종!] 정윤회 국정 농단 의혹

입력 : 2014-12-02 19:30:02 수정 : 2014-12-02 21: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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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의 폭로로 시작된 정윤회씨 국정 개입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져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속이 뻔히 보이는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정치 바닥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여야 중진들이 자신들의 희망사항이나 추측을 마치 세계일보 기자들한테 직접 얻어낸 정보인 것처럼 떠벌리며 국민여론을 호도하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어서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지난 1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에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건 이미 다 밝혀진 것”이라며 “제가 세계일보 기자하고도 조금 아까 이런저런 다른 일 때문에 만나서 얘길했지만 ‘내용은 아니다’, 자기네들이 보기에도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의 발언은 상식이 있는 사람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것이다. 홍 의원 말이 사실이라면 세계일보는 문건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특종 욕심에 터뜨린 것이 되기 때문이다.

기자는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2일 오전 홍 의원의 사무실로 직접 발언의 진위를 따지러 갔다. 홍 의원은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내가 여기저기 확인해보니까 (세계일보) 정치부 기자들은 해당 문건 내용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더라고 발언한다고 한 건데, (발언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변명했다. “혹시나 문제가 생겼다면 내가 정정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이런 무책임한 행태는 야당도 예외는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인 박지원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문건을 본 사람에 의하면 사생활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언론 보도에)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고 폭로했다. 이어 “그 문건은 세월호 사고 전인 3월께 이미 유출됐고, 청와대가 이를 회수하고자 상당히 노력했지만 드디어 터져나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문건을 본 사람’은 당연히 세계일보 기자로 추정됐다. 실제로 박 의원의 인터뷰 후 세계일보 기자들에게 관련 문의가 쇄도했다. 그러나 이 문건을 직접 본 사람은 세계일보 내에서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세계일보는 이들에게 일일이 물어 확인했으나 박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홍, 박 의원이 개인적 욕심이나 당리당략에 따른 교묘한 말장난으로 국민과 언론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지금 두 의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김동진 정치부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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