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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장 '단독결정' 서둘러 진화… '꼬리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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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전 '블랙아웃' 조직적 은폐 의혹 확산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전원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한 조직적 은폐 의혹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물어 당시 발전소장을 보직해임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소장의 단독소행으로 몰아가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원전 1호기의 전원 상실 사고와 관련, 발전소장 외에도 고리원전본부장, 한수원 본부에서 사고 은폐에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엄중 문책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원안위는 지난 13일부터 23명의 현장조사단을 파견해 조사를 벌인 결과 당시 원전 1발전소장이던 문병위 위기관리실장이 은폐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문 실장은 조사에서 “사고가 난 뒤 20여분 후 사고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혼자 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당시 발전소장까지만 사고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고 상부에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수원도 보고 누락 등의 책임을 물어 문 실장을 15일 보직 해임했다.

하지만 본부장을 비롯한 한수원 본사에서 한 달이 넘도록 사고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가능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지난 10일에서야 사고 내용을 보고받았고, 정영익 당시 고리원자력본부장조차도 사고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100여명이 근무 중이었고 시의원이 식당에서 우연히 사고 소식을 접할 정도로 소문이 퍼진 상태였다. 본사는 물론이고 발전소의 최고책임자인 본부장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에 따라 발전소장을 희생양 삼아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발전소장이 1급 고위간부이기는 하지만 정전 사고와 같은 중대한 사고를 윗선에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은폐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황식 국무총리(오른쪽)가 16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고리 원전 1호기 정전사고 원인 규명과 안전관리체제 점검을 주문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특히 지난 2일 해당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문 소장과 정 본부장이 각각 위기관리실장, 월성 원전 본부장으로 발령난 것을 두고 한수원 본사 차원에서 사건 무마를 위해 인사를 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소장이 위기관리실장으로 발령난 것과 관련, 본사가 사전에 사고를 인지하고 문 소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한편 사고가 은폐되던 한 달간 한수원 측은 국내 언론사 취재진과 해외 유력언론사 취재진을 잇달아 고리원전에 초청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발생 8일 뒤인 지난달 17일에는 국내 언론사 기자들이 문제의 고리원전 1호기를 방문해 정 전 본부장으로부터 고리원전의 안전성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이태영·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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