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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거동불편자 거소투표 인정않고 대학 부재자투표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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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13 11:08:29 수정 : 2010-05-13 1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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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장애인·대학생‘신성한 주권’ 포기한다 다음달 5일 아이를 낳을 예정인 주부 정모(32)씨는 6·2 지방선거 투표를 포기했다. 출산 예정일 1∼2주 전부터는 언제 아이가 나올지 몰라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서다. 오는 27∼28일 이뤄지는 부재자투표도 지정된 장소까지 가야 해 부담스럽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방법을 물었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정씨는 “주위의 임신부 대부분은 투표하고 싶어도 출산 문제로 엄두를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적지 않다. 여느 기권자와 달리 투표소에 가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투표를 못하는 ‘비자발적’ 포기자다. 선관위가 말로만 투표율 제고를 외칠 게 아니라 이 같은 ‘비자발적’ 투표 포기자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현행 선거법은 거동이 불편한 자를 대상으로 거소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거소투표란 투표소에 가지 않고 자신의 거주지에서 지워지지 않는 필기구로 투표용지에 표시한 뒤 선관위로 우편발송하는 제도다. 함정, 고립 군부대에 장기간 머무는 군인, 병원 또는 요양소에 장기입원하면서 거동할 수 없는 환자, 장애인 중 거동할 수 없는 자 등이 대상이다.

임산부는 거소투표 자격이 없다. 인터넷 임신부 카페나 예비 산모교실 등에선 출산 예정기간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인 임신부를 중심으로 투표 방법이 없느냐는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아이디 ‘사랑니’는 “출산 예정일이 선거일과 엇비슷한 임신부가 상당할 것”이라며 “정부는 단 한명의 유권자라도 꼭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타의에 의한 기권표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각장애인, 휠체어 이용자 등 일부 장애인도 비슷한 처지다. 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는 “한 시각장애인은 걸을 수 있다는 이유로 거소투표 대신 투표소에 직접 가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하더라”며 “다리가 멀쩡해도 앞이 안 보여 돌아다니기 힘든데 이런 부분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아 투표권을 포기하는 대학생도 증가하고 있다. 현행 선거법상 부재자 투표소는 부재자 신고인 2000명이 넘어야 설치되는데 대다수 대학에선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경기 수원 출신으로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김모(31)씨는 “학교 안에 투표소가 있다면 모를까 고향까지 내려가 투표하는 게 쉽지 않다”며 “타지역 출신 학생들은 대부분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투표 공정성이나 인력과 예산 제한 등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거소투표는 자칫 선거 공정성이나 비밀투표 원칙을 훼손할 수 있어 무조건 허용하기 곤란하다”며 “부재자 투표소도 관련 인력과 예산이 한정되다보니 무한대로 설치하긴 힘들다”고 해명했다.

이성대 기자 karis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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