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래 끌 땐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 북한군이 미국 방송국 소속 기자 2명을 억류한 사건이 한반도 정세에 어떻게 작용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시점이 미묘하다. 북한은 다음달 4∼8일 장거리 미사일(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주장) 발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에 긴장감이 조성되는 가운데 돌발 변수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이번 문제의 해결 과정이 미사일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돌발적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의 해결 방향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북·미 관계 분위기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잘 풀리면 북·미 관계 해빙의 물꼬가 트일 수 있지만, 북한이 이를 장기적으로 끌며 인질사건과 비슷한 국면으로 가려 할 때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북한도 문제가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지만, 북한이 어떻게 활용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한 북한 소식통은 “두만강이 이 시기면 갈수기이고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만약 북한 경비대가 중국 측 지역으로 넘어왔다면 북·중 간 외교적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면서 “결국 이 문제는 미국, 중국, 북한이 얽혀 있어 (언론에) 불거지지 않았다면 조용히 풀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고 말했다. 미국도 외교채널을 통해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성격상 오래 억류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문제를 북미 직접대화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좀 더 끌고 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성 저널리스트의 신변이 걸린 문제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우에 따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대북 접촉에 전격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우리 정부도 이번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조기에 좋은 방향에서 해결된다면 한반도 정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1996년 압록강을 넘어 밀입국한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를 억류했을 때,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특사로 방북한 빌 리처드슨 당시 하원의원과 협상을 갖고 헌지커를 석방했다. 헌지커 사건은 결과적으로 북미 채널 가동을 이끌어 당시 동해안 북한 잠수함침투사건의 해결 실마리도 찾게 됐다.
94년 12월17일에는 주한미군 헬기가 강원도 금강군 휴전선 부근에서 순찰 비행 중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영공으로 넘어가 격추됐다. 조종사 2명 중 1명은 숨지고 보비 홀 준위는 생포됐다. 이때도 리처드슨 의원이 방북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협상 결과 홀 준위는 억류 13일 만에 동료 유해와 함께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하지만 68년 푸에블로호 납치 사건의 경우 사건 해결에 시간이 걸렸다. 그해 1월23일 미국의 정보 수집함 푸에블로호가 원산항 부근에서 납치됐고 미국은 사건 발생 11개월 뒤인 12월23일 북한 영해 침범을 시인·사과하는 승무원 석방문서에 서명하고 승무원 82명과 유해 1구를 돌려받았다.
이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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