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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8대국회 해외출장 "무늬만 의원외교… '관광'일정 빼곡"

입력 : 2009-03-18 07:34:00 수정 : 2015-09-06 18: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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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중 4시간만 공식업무
'고비용 저효율' 전형
#1.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여야 의원 4명은 지난 1월9일 9박10일 일정으로 터키·이탈리아 해외시찰에 나섰다. 출장 목적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방안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기관 구조조정 추진현황 조사’였다. 하지만 9박10일간 공식일정은 모두 4시간여에 불과했다. 열흘 동안 일행은 터키 경제담당 국무장관과 터키 및 이탈리아 하원 재정위원장을 각각 1시간씩 면담하고 터키에 있는 한국전 참전묘지를 참배했을 뿐이다.

#2. J, K 여야 의원 2명은 지난해 9월24∼28일 뉴욕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하지만 회의는 26일 오후 1시15분에서 2시35분까지 1시간20분간 열렸다. 그외의 일정은 유엔 주재 대사 및 지역 총영사 만찬과 뉴욕 한인회 방문 등으로 채워졌다. 출장보고서에서 J의원은 “회의시간이 너무 짧아 충분한 토론시간을 갖기 힘들었다”고 적었다.

서로 죽일 듯 싸우다가도 회기가 끝나면 사이좋게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여야 의원들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이름하여 ‘의원외교’. 이런 명분 아래 여야 의원은 하나가 되지만 그 실효성은 미심쩍다. 오히려 ‘고비용 저효율’의 외교사례들이 허다하다.

세계일보가 18대 국회에 제출된 해외출장 결과보고서 30여건을 통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례들이 심심찮게 발견됐다. 특히 상임위 차원의 해외시찰은 짧은 공식 일정에 나머지는 관광 일정으로 채워지는 등 사실상 ‘외유’에 가까운 경우도 적잖았다. 재정위 해외시찰에 참석한 한 의원은 공식 일정 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냈느냐는 질문에 “이곳저곳 둘러봤다. 다 알면서 왜 그러냐”고 반문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남은 일정엔 현지 교민 격려행사를 갖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러시아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는 1박2일 일정이었지만 출장 일정은 6박7일이었다.

이 같은 비효율적 의원외교엔 주먹구구식 운영과 예산내역의 불투명성이 반영돼 있다. 당장 의원외교활동을 심의해야 할 국회의원 외교활동운영협의회는 18대 국회 들어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국제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보고서에 “일본의 경우 매년 같은 인사를 회의에 보내 효율적인 외교활동을 하는 데 반해 우리는 매번 다른 의원들이 그것도 띄엄띄엄 참석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힘들었다”고 평했다. 

자연스레 해외출장 보고서 상당수는 일정과 방문국 개황, 회의자료로 채워져 있는 등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일부 상임위는 국회 규정상 제출 시한인 20일을 넘겼는데도 아직 출장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2008년 의원외교 예산은 49억7036만원, 의원 1인당 경비는 평균 1389만원이었다. 국회의원은 항공기 1등석을 이용하는 등 장관급에 준하는 숙박비와 교통비 일체를 지원받는다.

국회사무처는 최근 경제난을 감안, 좌석등급을 비즈니스석으로 낮추는 등 경비 절감에 나섰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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