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명박정부의 대외정책은 ‘말의 성찬’이었다. 온갖 수사를 동원한 포장은 화려했으나, 정작 내용은 아쉬움이 많았다.
지난 2월25일 취임식에서 쏟아낸 표현은 ‘글로벌 외교’, ‘국격에 맞는 외교’, ‘에너지·자원 외교’, ‘문화 외교’ 그리고 ‘비핵·개방 3000’ 등 다양했다. 정부가 큰 성과로 꼽는 4강 외교는 더 거창하다. 미국과는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일본과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의 신세대 개척’, 중국·러시아와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규정했다. 대북정책에서도 ‘상생과 공영’을 내세웠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계는 ‘말’을 따르지 못했다. 미국과 통화스와프, 비자면제 프로그램, 대학생 연수취업 프로그램을 체결했으나 ‘21세기 전략동맹’의 내용을 채우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지난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미동맹 미래비전’은 소고기 수입협상의 여파로 타이밍을 놓쳐 차기 정부와의 과제로 미뤄졌다. 대일 관계는 ‘사상누각’이나 마찬가지다. ‘성숙한 동반자’를 담보할 독도와 과거사 문제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지난 7월 일본이 교과서 학습지도요령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한 일로 주일대사까지 3주간 일시 귀국시켰지만, 아무런 일본의 태도 변화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오히려 8월 베이징올림픽 이후로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화기애애한 정상회담을 세 차례 더 했다. 중국·러시아와 맺은 ‘전략적 관계’ 역시 정치, 군사·안보 등 민감한 분야로까지 교류의 폭과 깊이가 확대되기까진 상당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당국자는 18일 “4강과의 관계를 뜻하는 용어는 양국이 지향하는 목표라고 볼 수 있다”며 “그 내용을 채우고 실제로 그런 관계로 발전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말이 행동에 앞섰다. 이 대통령이 지난 4월17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두자”고 제안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환경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말에 북한은 콧방귀를 뀌었고, 통일부 당국자들은 뒷수습에 진땀을 뺐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국민소득을 3000달러 수준으로 올려주겠다는 공약 역시 시동조차 걸지 못한 채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상민 기자 21s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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