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 들어 의원들의 법안 발의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상당수 법안은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3일 현재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모두 435건으로 경쟁이 치열했던 17대 같은 기간(247건)에 비해서도 2배 가까이 많다. 하지만 이 중에는 재탕 법안이나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은 법안도 많아 상당수 법안이 의결되지 못한 채 폐기될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대 의원 발의 법안 6387건 중 가결된 법안은 1350건에 그쳤고 4945건이 폐기됐다.
◆포퓰리즘 법안=군복무가점제 부활 법안이 대표적 사례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지난달 14일 군복무자에게 3%의 가산점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고, 같은 당 김성회 의원도 2%의 가산점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군복무자가점제는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중단된 제도로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이다.
김성회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현재 시행되는 미취학 아동 사교육비에 대한 공제 범위를 넓혀 초중고교 학생의 사교육비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법안 취지는 가계 부담 경감이지만 사실상 사교육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공교육 강화를 외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쏟아지는 감세 관련 법률안들 역시 모두 통과될 경우 수십조원에 이르는 감세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신중히 검토돼야 함에도 ‘묻지마’식으로 발의되는 실정이다.
◆다시 우려먹기 법안=17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재탕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논의조차 못 해보고 폐기된 법안이지만 검토됐다가 폐기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강창일, 양승조 의원은 각각 17대에서 본인이 발의했다가 폐기된 4건의 법안을 18대 들어 또다시 냈다. 친박연대 송영선 의원도 발의한 9건의 법안 중 3건이 17대에서 본인이 발의했던 법안이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은 17대 때 발의했다가 상임위에서 토론 끝에 폐기된 거창사건 관련자 배상 특별법을 또다시 발의했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명칭변경을 하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이는 자신이 17대 국회에서 제출한 법안과 똑같을뿐더러 앞서 16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폐기된 법안이다.
14일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진 뒤 곧바로 쏟아져 나온 독도영유권 선포 특별법안(한나라당 이혜훈 의원)과 독도 지속가능법률 개정안(한나라당 이병석 의원)도 모두 17대 때 발의됐다가 폐기된 법안이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3일간 3개 법안으로 나눠 발의하기도 했다.
◆‘붕어빵’ 법안=유사한 입법 취지를 갖는 법률안들이 의원들의 입법 실적을 위해 조율되지 않은 채 발의되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한나라당이 검토 중인 종합부동산세 완화의 경우 18대에만 모두 4건의 법률안이 쏟아졌다. 대표 발의자는 각각 한나라당 이혜훈(서울 서초갑) 이종구(강남갑) 공성진(강남을) 한선교(용인 수지) 의원으로 모두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곳을 지역구로 하고 있다. 결국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한 인기관리 차원의 발의로 볼 수 있다.
노인·장애인 등 생계형 저축에 대한 비과세 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정해걸, 고승덕 의원이 별도로 대표 발의했지만 내용은 연장 기한만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같은 법안이다. 민주당 천정배, 강창일 의원도 각각 집회 및 시위 금지지역 제한을 축소하고 평화시위를 보장하는 내용의 집시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몇몇 조항을 제외하면 ‘붕어빵’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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