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장경제주의와 747플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전인 지난달 말 세계일보의 공약 검증 시리즈에서 ‘경제 분야 공약 핵심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했던 말이다.
연 7%대의 성장과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은 향후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정책이 고도성장 신화 재현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제 그의 모든 경제공약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방점이 찍혀 있다. ‘흑묘백묘론’을 기반으로 한 성장이 향후 5년간 경제정책의 시작이자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직면한 대내외 경제여건은 녹록지 않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촉발된 신용경색 파장은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세계경기 둔화로 확산하고 있는 데다 고유가, 차이나리스크 등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대외 경제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이명박 정부의 경제공약도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5% VS 7%=“지금 우리 경제는 다시 보기 힘든 정말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나보면 알겠지만….” 재경부의 핵심 당국자가 사석에서 최근 경기 흐름을 두고 한 말이다.
우리 경제 성장률은 지난 1분기 4.0%를 기록한 이후 2분기 5.0%, 3분기 5.2%에 이르렀다. 4분기에도 5%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 성장률이 3분기 연속 5%를 웃돌기는 2005년 4분기∼2006년 2분기 이후 두 번째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4%대의 저성장에 고착화돼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7% 성장론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달 초 한은은 우리 경제성장률이 올해 4.8%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에는 4.7%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를 지켜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성장 목표치 7%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한은 내부에서는 ‘새 정부 출범 후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 ‘이제부터 금융통화위원들이 성장주의자로 모두 채워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는 전언이다.
‘MB노믹스’가 그리는 한국경제는 잠재성장률 4% 후반대에 집착하는 한은과 재경부의 현실 인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MB노믹스의 힘=지난달 말 이명박 당선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중기·장기 등 세 가지의 일목요연한 고도성장전략을 제시했다. 새 정부는 한반도대운하의 건설을 통해 내수 기반을 확충할 수 있다는 분석을 했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감세정책에 규제완화 정책까지 이루어지면 기업 투자가 크게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 이 전략은 ▲한반도대운하 건설(11조7000억원의 부가가치와 30만명의 일자리 창출) ▲법인세 10%삭감(2005년 기준 2조6000억원, 4만2000개 일자리 창출) ▲소득세 10% 삭감(〃 2조1000억원, 2만7000개 일자리 창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개혁(20만개 일자리 창출) 등이 핵심 줄기를 이룬다.
장기 대책으로는 충청권의 행정중심복합도시와 대덕 연구단지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묶는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과학비즈니스벨트’를 건설하고 생명기술(BT)과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 ET(환경기술)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 나간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삼성·현대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그동안 투자의 발목을 잡아왔던 기업규제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747플랜의 꿈이 실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MB노믹스의 미래는 대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세계경기의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중국의 고물가 악재도 꼬리를 물고 있다. 내년 세계경제가 저성장속의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가에서는 내년 상반기 중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장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발 악재는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인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경제현실의 벽은 높다. MB노믹스에는 과도한 성장과 재정지출이 몰고 올 인플레이션이나 재정난에 대한 해법이 부족한 듯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공약을 작성할 때와는 대외경제여건이 크게 나빠졌다”며 “국민과 기업이 과도한 성장 기대심리를 자제하고 새 정부도 경제공약을 후유증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전략으로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춘렬 기자 clj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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