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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大選… “분위기 안뜨네”

입력 : 2007-11-29 16:04:36 수정 : 2007-11-29 16: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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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선거운동’ 유권자 시큰둥 제17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27일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아직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지하철역이나 터미널에서 선거운동원들을 만난 유권자들은 무관심한 반응이다. 2002년 대선을 뜨겁게 달군 인터넷 선거운동마저 각종 규제로 썰렁해졌다. 

◆냉랭한 분위기 속 현수막·확성기에 불만 쏟아져=서울 영등포구 주부 이모(26)씨는 요즘 선거 유세 확성기 소리 때문에 아이가 깰까봐 조바심이 난다. 유행가 소리부터 악을 쓰는 선거원 목소리까지 주위가 좀처럼 조용해질 날이 없어 짜증스럽다.

28일 경찰과 선관위에 따르면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이씨처럼 주민들이 대선캠프 측의 확성기 소음을 견디다 못해 단속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어느 때보다 무관심해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려고 선거캠프에서 경쟁적으로 확성기 소리를 크게 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회사원 김준우(28)씨는 “출근길 확성기 소리는 이제 더 이상 ‘운동전’이 아니라 소음에 불과하다”며 “확성기 앞을 지나갈 때 손으로 귀를 막는 등 짜증을 내는 동료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길거리 유세 홍보방송에서 나오는 대중가요 소음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며 “선거법에 소음 규정이 없어 단속할 수 없지만 정도가 심하면 자제를 요청하거나 항의를 하는 시민들에게는 참아달라고 읍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후보홍보 현수막도 지정된 게시대가 아닌 도로 옆이나 교차로의 가로수, 심지어 신호등과 상가 앞에 마구 설치되면서 보행·안전운전은 물론 상가영업에 지장을 줄 정도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현수막은 일정한 장소, 시설에 게시하고 다른 후보자의 현수막이나 도로교통법이 규정하는 신호기, 안전표지 등이 가려지지 않도록 해야 하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박모(33)씨는 “운전할 때 현수막 때문에 보행자들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선거 현수막 4개가 설치된 광주시 북구 용봉동 삼거리의 한 음식점 사장은 “현수막 때문에 우리집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고 언성을 높였다.

◆오프라인 ‘싸늘’, 온라인 ‘썰렁’=선거운동원들의 길거리 유세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28일 출근길에 지하철역에서 선거운동원들의 유세를 지켜 본 신모(26·여)씨는 “선거 때만 반짝 고개를 숙이고, 끝나면 다시 거만해지는 걸 많이 봐와서 ‘쇼한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총학생회 선거 기간인 대학가에서도 대선 이슈가 실종됐다. 고려대 문과대 4학년 이동학(25)씨는 “총학 선거에서도 대선 이슈는 묻히고 있다. 선거 벽보는 등록금, 학사제도, 복지공약으로 도배돼 있고 대선 얘기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 흥행에 결정적 역할을 한 온라인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 업계 등에 따르면 대선 관련 댓글 논쟁은 2002년 대선보다 대폭 줄었고 ‘UCC(손수제작물) 대선’이 될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대선 UCC도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는 평가다. 

이는 중앙선관위의 까다로운 규제도 한몫 하고 있다. 선거법 93조는 ‘선거일 180일 전부터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 벽보, 사진, 문서, 인쇄물을 배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선 시민연대 관계자는 “UCC에 대선의 ‘대’자만 포함돼도 선관위에서 연락이 올 정도여서 네티즌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크게 위축하고 있다”며 “공정 선거 운동도 좋지만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을 선거판으로 이끌어낼 수 없다. 선거가 침체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문준식·조민중·이귀전·유태영 기자

inthepeo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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