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근 서울과기대 총장 |
산학협력 기능이 대학에 제대로 뿌리 내리려면 대학의 교과목에 지역산업과 연계한 특성화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교수업적평가에서도 산학협력 실적을 반영해 산학협력을 열심히 한 교수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국 국가의 고등교육 프레임을 변경해 교육·연구·산학협력이 보다 선순환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때, 대학의 산학협력 기능이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작년부터 추진한 대학재정지원 사업인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LINC)’ 사업이 위와 같은 취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 교과부 LINC 사업의 평가지표는 대학에서 교수의 산학협력 실적, 학생의 현장실습 참여, 산학협력 가족회사, 특성화 분야 인력 양성, 산학연계 교육과정 운영 등 대학의 인력 양성 구조 및 문화를 산학협력 친화형으로 개선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에서도 산학협력의 추진 방향으로 단순한 이공계 중심의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에서 벗어나 비이공계를 아우르는 대학 전체의 구조와 운영 시스템, 교육문화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 공학계 학생에게만 이루어졌던 캡스톤디자인(종합설계) 교육을 조형예술 분야와 인문사회 분야로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모든 학과의 교과과정에 6개월에서 1년간 장기인턴 프로그램인 코업-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와 동시에 LINC사업 지침에 따라 산업계의 지식·노하우와 경험을 대학으로 흡수·전달하기 위해 ‘산학협력중점교수’를 선발했고 ‘학·석사 통합과정’을 설치해 산학협력과 연계한 인력 양성 시스템의 기반을 확고하게 한 바 있다.
우리 대학뿐 아니라 LINC사업에 선정된 51개 대학 중 약 25%에 이르는 대학이 대학의 제도와 교육 시스템 변화를 핵심으로 비이공계 분야의 산학협력을 위한 새로운 노력과 모델 도입을 시행 중이다. 이렇듯 산학협력은 대학교육을 중심으로 ‘산학협력’의 유형과 내용을 다양하고 폭넓게 발전시키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도·재정지원을 일괄 패키지 방식으로 제공함으로써 대학교육과 문화 자체가 변화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학의 산학협력 기능을 연구개발 및 기술이전만으로 협소하게 정의하려는 관점도 대두되고 있어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연 고등교육의 제도적 틀과 분리할 때 대학의 산학협력이 성공할 수 있을까? 대학의 산학협력은 담당교수 강의 감면을 포함한 인센티브 제공, 산학연계형 강좌의 학점 인정, 참여학생 장학금 제공 등 고등교육 인력 양성 메커니즘과 연계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난해 시작된 LINC 사업과 같은 산학협력 재정지원 사업이 뿌리를 내리려면 주관부처와 관련부처는 물론 대학 현장에서 산학협력을 담당하는 당국자, 교수, 학생, 산업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후속조치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어려운 여건에서도 산학협력을 통해 인재 양성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지역대학의 위상과 여건, 그 구성원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할 것이다.
남궁근 서울과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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