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품 경쟁력 갖추는 게 살 길 한국은 2011년 5552억달러를 수출해 세계에서 8번째로 수출 5000억달러 고지에 올라서는 대기록을 세웠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자원빈국에서 대단한 위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온 나라가 이 위업을 축하하고 있을 즈음 한국수출 증가율은 2011년 1월의 44.7%를 정점으로 하락추세를 지속해 마침내 2012년 12월에는 -5.5%로 추락했다. 결국 2012년에는 전년대비 -1.3%를 기록했다.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세계경제 침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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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
이런 경우 품질로 가격경쟁력 열세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 품목이 1년 새 10개나 줄어들었다는 최근 보고서는 한국 수출의 앞날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였던 품목은 71개였으나 2012년에는 61개로 줄었다. 특히 세계 1위에서 밀려난 품목이 26개, 새로 1위로 올라선 품목이 16개였는데 세계 1위였다가 밀려난 품목 26개 중 12개 품목은 그 자리를 중국에 빼앗겼다.
지금까지 한국은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저임금 사이에 놓인 샌드위치 형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주 과제로 지적되곤 했다. 한국은 2005년 이후만 하더라도 대일적자가 연평균 29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핵심소재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에서 핵심소재 부품을 수입·조립가공해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중국이 일본에서 바로 소재부품을 수입해 가공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증거가 중국의 대일본 무역수지 적자 확대다. 중국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2002년 50억달러에서 계속 증가해 2010년에는 560억달러, 2011년에는 471억달러로 늘어났다. 그만큼 한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에만 한 해 1000억달러가 필요한 나라다. 외채도 4194억달러에 달해 외채원리금 지급에만도 연간 200억달러 정도는 필요하다. 수출해서 외화를 벌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경제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에서 모두 밀리면 탈출구가 없다. 위기의식을 가지고 가격경쟁력 유지와 품질경쟁력 제고를 위해 민관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격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과도한 원화 절상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품질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현장기술 숙련도 제고가 필요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투자비가 여타국에 비해 낮은 수준은 아니나 과도한 균등배분으로 그 효과가 작으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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