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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칼럼] 우리의 교육열은 건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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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10-28 22:00:34 수정 : 2012-10-28 22: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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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향상만 좇는 왜곡된 풍토 만연
사회발전 원동력… 건강한 승화 기대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 부모의 교육에 대한 열성과 집념을 치켜세우곤 한다. 그러나 교사를 꿈꾸는 젊은이에게 교육학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이러한 관심과 칭찬을 분석하다 보면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우리의 교육열이 지향하는 방향성에 별로 건강하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거주자건 해외 교포건 한국인의 교육열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학부모가 생각하는 ‘교육’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좀 더 거창하게 표현하면, 그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교육적 이상형은 무엇일까.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을 한다면 아마도 제1순위의 교육적 이상형은 ‘공부 잘하는 인간’일 것이다. 비단 학부모뿐만 아니라 어른이 학교 다니는 아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공부 잘하니’ 혹은 ‘공부 잘 해라’일 것이다. 심지어 현장에서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조차도 ‘공부 잘하는 아이는 무슨 짓을 해도 예쁘다’라고 한다. 결국 우리의 교육열은 공부 잘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한 교육열이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성적이 좋다는 뜻이다. 결국 우리 학부모가 생각하는 교육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성적 향상이다. 그러나 교육이 학생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성적이란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수치화한 것에 불과하다. 성적이 아무리 출중한 학생이라도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인성의 문제가 있다면 그 학생은 교육을 잘못 받은 것이다. 더욱이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비교하는 제도는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와 선발을 위한 방편이지, 그 자체가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성적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그릇된 교육열은 성적이 뛰어나지 못한 다수의 학생을 실패자로 낙인시키기 쉽다. 게다가 이는 인간의 다채로운 개성을 경시하는 획일주의적 교육을 조장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성적을 경시하거나 공부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든 학생의 성적이 좋을 수는 없다. 공을 차는 학생이 모두 국가대표가 될 수 없듯이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모두 경시대회의 수상자가 될 수는 없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은 공부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다.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공부를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하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교육이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학부모는 자녀가 남보다 앞서는 인간이 될 것을 원한다. 많은 외국인이 필자에게 “한국의 부모는 왜 그리도 자신의 자녀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을 중시하느냐”고 묻곤 한다. 대개는 “그게 바로 한국 특유의 생산적 질투다”라고 얼버무리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교육열은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서이다. 이는 병들고 왜곡된 교육열이다.

경쟁은 분명히 학습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교육의 질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 간 경쟁, 그리고 학교 사이의 경쟁은 나름대로 교육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성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교육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염두에 두는 교육열은 무분별한 결과주의를 낳는다. 오로지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기 위한 경쟁은 비교육적인 것이다. 규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공정한 경쟁, 그리고 낙오자를 배려하는 경쟁만이 교육적인 의미가 있다.

그동안 경제 성장과 사회 발전에 기여해 온 우리의 교육열이 보다 건강하게 승화돼 사회 전체가 더욱 선진화되고 개개인이 보다 다양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중앙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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