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 늘리고 시중금리 내려야 최근 유럽중앙은행은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의 국채를 무제한 사들이기로 했다. 그러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주택저당증권을 매달 400억달러씩 무기한 사들이기로 했다. 일본중앙은행은 국채매입을 70조엔에서 8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위안화 절상압력에 반격의 기회를 찾던 중국도 이들 나라 이상의 조치를 내놓을 전망이다. 세계 각국이 돈을 직접 살포하는 양적완화, 즉 통화전쟁에 들어서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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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우선 유로, 달러, 엔 등 주요 국제통화의 공급증가로 원화의 절상은 불가피하다. 이때 가뜩이나 감소세로 돌아선 수출이 더 줄어든다. 특히 주요 교역국이 환율전쟁을 일으키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 우리나라 수출은 결정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 7월과 8월 우리나라 수출은 각각 8.8%와 6.2% 감소율을 기록했다. 향후 수출이 더 감소하면 가까스로 2%대를 유지하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문제는 해외 부동자금의 유입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사상 처음 일본을 앞질렀다. 그만큼 외국자본의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뜻이다. 통화증발로 늘어난 해외자금이 대거 우리나라로 몰려오면 금융시장은 자금의 홍수로 투기거품에 빠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장기반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대규모의 국부유출을 허용하게 된다. 한편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부담이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 압박이 커지면 기업의 생산과 투자가 위축되는 것은 물론 서민경제가 추락해 경제회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요즘 우리경제는 투자, 생산, 소비 3대 축이 모두 내리막이다. 설상가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 부실화의 위험이 크다. 이런 상태에서 주요국의 돈 풀기 전쟁은 우리 경제의 숨을 막는 재앙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일단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인하를 서둘러 통화량을 늘리고 시중금리를 낮춰야 한다. 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책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해외자금의 과도한 유입과 환율의 급락을 막아야 한다. 이는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방어책이다.
지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두 달째 동결해 3.0%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가 무제한적인 통화팽창정책을 펴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준금리 동결을 계속 고수하면 위기의 덤터기를 쓰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실로 절실한 과제는 자금흐름의 개선이다. 우리나라 통화량(M2)은 사상 처음 1800조원을 넘었다. 이 중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부동자금이 640조원에 이른다. 언제든지 경제가 물가불안과 투기에 휩싸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해외부동자금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진다. 정부는 투자와 소비심리를 회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부동자금이 생산적으로 흐르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해외자금도 투기가 아니라 투자의 재원이 될 수 있다. 상황이 긴박함에도 정부의 위기감이 부족하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비상사태라는 인식하에 대비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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