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부양책 내놓은 건 다행 10일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대책은 추경편성은 피하면서 가능한 재정범위 내에서 대책을 마련하느라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수출도 급락하고 소비투자 등 내수도 얼어붙은 지금의 경기를 부양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지난 2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0.3%를 기록, 1분기 0.9%를 합해 상반기 1.2% 성장에 그쳤다. 성장률 쇼크다. 유로존은 2분기 -0.2% 성장해 더블딥(이중침체)으로 빠져들고 있고 회복기미를 보이던 미국과 일본 경제가 다시 주저앉고 중국 경제도 경착륙 경고음을 내는 데다 내수마저 얼어붙어 3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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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1.5%포인트 정도 하회하면 현재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1237조원이므로 1.5%는 18조6000억원이다. 재정승수를 고려하면 7조4000억원의 필요재정지출 규모가 나오고 여기에 약간의 구축효과 누수를 고려하면 8조∼9조원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온다. 지난 6·28 대책에서 8조5000억원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았으나 공공투자 등 ‘마중물’(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붓는 물) 투자는 1조7000억원이었다. 나머지는 중소기업 서민 소상공인 지원과 예산집행률 제고분이었다. 이번 대책 5조9000억원 중에서도 예산집행률 제고분이 2조원이고 투자는 7000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두 번의 대책에서 마중물 투자규모는 2조4000억원인 셈이다. 침체하는 경기를 살리기에는 부족한 규모다.
다행스러운 것은 2008년 이후 4년째 추락하는 부동산경기를 살릴 부양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부동산가격 하락은 가계부채와 부채디플레이션을 초래해 일본에서 보듯 장기침체를 가져올 우려가 크므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미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과 취득세 50% 감면은 분명 부동산경기 회복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감면대상이 올해 말까지의 거래분이어서 반짝효과에 그칠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크다. 이 정도로는 장기 침체하는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기 힘들다. 또 주목되는 것이 개별소비세 인하인데 이것도 연말까지만 한다고 하니 올해 말이 지나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본래 개별소비세는 특별한 소비를 하는 고소득층에 세금을 좀 더 거두자는 취지인데 집집마다 가지고 있는 자동차나 가전제품에 개별소비세가 아직도 있는 것 자체가 문제다. 결국 부동산대책과 개별소비세 인하는 연말까지 한시적이고 투자는 필요 규모에 미치지 못해 추락하는 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지출에서 중요한 것은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부문에 제한된 재정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서민생활을 지원하더라도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일자리에 투입되도록 해야 한다. 일회성에 그치는 지원은 재정만 악화시킨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규제완화로 민간부문 투자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계소득 증가로 가계부채 문제도 완화되고 세수도 증가한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부동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행여 부자대책이라는 편견으로 머뭇거리다가는 부채디플레이션이 발생해 잃어버린 20년이 계속되는 일본의 전철을 뒤따르게 된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아시아금융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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