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가르침 위해 새로 태어나야 어쩜 그렇게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마치 ‘데자뷔’ 현상을 경험하는 듯했다.
인터넷으로 조계종 승려 포커도박 사건 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7년 전 이즈음 작성된 한 신문기사에 시선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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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호상 사회부장 |
한국불교 1700년 역사를 이어온 조계종단이지만 승풍(僧風)을 실추시키는 못된 버릇은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깨달음의 ‘화두(話頭)’ 대신 도박판 ‘카드 패’에 공을 들인 승려들로 조계종이 다시 발칵 뒤집혔다.
지난달 24일 고불총림 방장 수산 스님의 49재를 위해 전남 백양사에 모였던 일부 승려들이 인근 호텔에서 밤새워 억대 판돈을 놓고 포커도박을 벌인 혐의로 최근 검찰에 고발됐다. 삭발한 머리, 승복을 걸친 이들이 담배를 꼬나문 채 술을 마시고 도박하는 모습이 몰래 설치된 카메라에 생생하게 잡혔다. 불교계 최대 종단 핵심 승려들이 대거 연루된 이 사건으로 ‘석가탄신일’(28일)을 앞둔 불심은 폭발 직전이다.
그동안 해외원정도박, 골프장 출입, 부동산 은닉 등 승려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간헐적으로 보도됐고 종단은 그때마다 자정을 다짐했지만 썩은 부위를 도려내기는커녕 속으로 곪아 들어간 꼴이다. 무소유의 계율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승려들이 탐욕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세속화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건이 불거진 게 벌써 일주일 전이지만 조계종단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여전히 우왕좌왕이다. 게다가 도박 동영상 폭로 당사자인 성호 스님은 승단이 정화되지 않으면 추가로 ‘핵폭탄급’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여서 조계종은 초비상이다. 그가 공언한 대로라면 조만간 ‘고위직 승려가 강남 호텔에서 도박한 것’, ‘해외원정 도박한 것’ 등 후속 폭로가 줄을 이을 것이다. 조계종은 최근까지도 자정과 쇄신의 결사를 부르짖었지만 무엇이 달라졌단 말인가.
불가에는 “공양받은 쌀 한 톨을 흘리면 지장보살이 지옥문 앞에서 그 쌀 한 톨이 썩을 때까지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전해진다. 시주물건은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다. 계율을 어겨 가며 불자들의 시줏돈을 제 주머닛돈처럼 흥청망청 써댄 승려들의 행위는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어느 종교이든 성직자가 되려면 대단한 결심이 필요하다. 출가해서 승려가 된다는 것 역시 그렇다. 속세의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독신으로 생활하면서 남루한 승복만을 걸친 채 금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뒤에도 끊임없이 수행하면서 참된 자기를 찾기 위해 고난의 길을 걷지 않으면 ‘탐진치(貪瞋癡·욕심과 노여움, 어리석음)’의 번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과정을 겪어야 하기에 대중은 승려를 정신적 스승으로 대하는 것이다.
성철 스님은 생전에 “출가자에게는 철저한 걸사(乞士)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설파했다. 무소유를 근본으로 ‘일의일발(一依一鉢·옷 한벌 밥그릇 하나뿐인 가난한 삶)’ 출가의 본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도덕불감증을 날려버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조계종 진제 종정의 말처럼 옆을 내다보지 않고 ‘나도 위대한 부처가 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자만이 속세에 물들지 않는 법이다.
종교의 세속화는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독교계에서는 교회 운영권을 둘러싸고 연중 고소·고발과 폭력이 그치지 않는다. 한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기총조차 회장선거를 둘러싸고 금권선거 논란에 휩싸이더니 결국 해체 요구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웃 종교에 대한 비상식적인 폄하, 일부 문란한 성직자들의 탈선, 신도를 사고파는 목사가 한둘이 아니다.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교계의 인식은 안이하기만 하다.
종교는 사회의 ‘으뜸(宗)이 되는 가르침(敎)’이다. 이 땅의 종교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종교계의 전면적인 쇄신과 자정이다.
염호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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