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쇄신·과감한 민영화 나서야 공공기관의 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국가부채를 앞질렀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을 포함한 286개 공공기관의 지난해 부채는 463조5000억원으로 2010년(401조6000억원)보다 15.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국가부채 420조7000억원보다 42조8000억원 많은 것이다. 2007년 약 249조원이던 공공기관의 부채가 현 정부 4년간 약 214조원(86%) 급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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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권 아주대 교수·경제학 |
이처럼 공공기관의 부채규모가 증가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단순히 비효율적인 구조 즉, 기관장의 비전문성과 낙하산 인사 등과 같은 문제만을 부각시킨다면 본질적 접근이 어렵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팽창하려는 속성이 있다. 기업행동을 이윤 극대화라는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듯이 공공기관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보다 사적이익을 추구한다는 가정하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예산지원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그 구성원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공공기관을 통한 지출규모의 확대로 인해 부채규모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공공기관이 창출하는 재화 혹은 서비스에 대한 가격이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품원가에 미달하는 시장가격으로 국민이 보편적으로 소비하면 그만큼 공공기관의 재정구조를 어렵게 만든다. 이는 공공기관의 부채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주된 이유다. 만약 해당 기관의 부채규모가 일정수준을 초과해 파산하게 된다면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이제 공공기관의 부채는 절대적 규모뿐만 아니라 증가속도도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가 공공기관을 통해 사업을 하게 되면 경제보다 정치논리가 앞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은 성격이 다양하며 그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다. 별다른 연관성이 없을 것 같지만 공공기관 부채문제의 본질적 해결방안은 민영화다. 공공기관이 정부라는 품안에 있으면 결국은 정부행위의 일환으로 활용될 뿐이지 경제논리에 따른 운영이 불가능하다. 민간영역이 존재하지 않아 정부개입이 꼭 필요할 경우를 제외하곤 가능한 한 민영화해 경쟁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공공기관의 낭비적 지출행위를 줄이는 것은 커다란 부채규모와 비교할 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물론 낭비적 지출은 막아야 하나 그 효과는 한계적일 뿐이다. 그러므로 기관장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통해 구성원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한 효율적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평가는 획일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로 인한 또 다른 비효율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끝으로, 공공기관의 정부의존 행태를 차단해야 한다. 정부에서 추진방향을 정하고 공공기관이 집행기관으로 전락하게 되면 절대로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해당 공공기관의 정책입안단계에서부터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결과적으로 정치권은 ‘표(票)퓰리즘’을 노린 무리한 사업공약을 자제하고, 공공기관 스스로의 경영 쇄신과 과감한 민영화 추진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현진권 아주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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